정부가 뒤늦게나마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마련한다니 다행이다. 관건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거대 노조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다. 김 부총리는 이미 여러차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그때마다 양대 노총이 반대하면서 운만 떼는 데 그쳤다.
이번에도 양대 노총은 김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대(對)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탄력근로 기간 확대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를 무색케하는 반(反)노동정책”이라는 게 양대 노총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 등 노동시장 최상층부로 구성된 양대 노총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아우성을 제대로 듣고 이런 주장을 펴는지 의문이다.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기업들이 적지 않고, 특정 시기에 업무가 폭증해 탄력근로 시간 확대가 절실한 정보기술(IT)·건설업계 등엔 비상이 걸려있다. 상당수 근로자들에게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수입 감소는 ‘날벼락’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가 찾아와 울면서 일을 더 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는 한 기업인 얘기는 근로자들이 처한 현실을 잘 말해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로시간 유연성 확보는 필수다. 근로형태는 다양한데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기왕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마련키로 한 만큼, 탄력근로 기간과 특별연장근로 허용 업종 확대를 미뤄선 안된다. 언제까지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양대 노총의 기득권 벽에 막혀 있을 순 없다. 진정 노동자를 위한 노조라면 산업 현장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시행한 근로시간 단축이 약자들을 더 어렵게 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