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가점 70점을 넘겼는데도 예비당첨자로 밀려났습니다. 이 정도 가점이면 무조건 당첨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허탈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염리동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염리3구역 재개발)에 청약 신청을 했다가 떨어진 A씨의 말이다. GS건설이 분양한 이 단지는 올해 서울 아파트 중 두 번째로 높은 청약 경쟁률(49.98 대 1)을 나타냈다. 일부 주택형 당첨 ‘커트라인’은 70점을 넘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 강남권에서 나온 아파트 못지않은 당첨 가점이 나오면서 강북에서도 분양을 통한 내집 마련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마포의 위엄'… 개포 당첨권 가점도 떨어졌다
◆마포 당첨자 평균 가점 64점

1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당첨자를 발표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의 당첨자 평균 가점은 64.07을 기록했다. 총 13개 주택형 중 6개 주택형은 65점 이상에 가점 커트라인이 형성됐다. 청약가점은 84점이 만점이다. 부양가족(최고 35점), 무주택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등을 합산해 계산한다.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던 전용면적 59㎡G형은 가점이 최소 74점은 돼야 당첨권에 들었다. 이 주택형에 청약한 74점 청약통장 보유자 일부는 동점자 간 경합(우선순위)에서 밀려 예비당첨자 명단으로 떨어졌다. 이 주택형 1층 분양가는 동일 면적 중 가장 싸게 책정돼 경쟁률이 높았다. 3가구 모집에 877명이 신청해 292.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주택형의 1층 가구 한 곳은 4억680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인근 같은 주택형 시세보다 4억원 가까이 싸다.

'마포의 위엄'… 개포 당첨권 가점도 떨어졌다
전용 84㎡A형도 커트라인 점수인 69점 통장을 가진 이 가운데 일부가 예비당첨자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가점은 84㎡B형에서 나왔다. 가점 79점 보유자가 청약했다.

일반분양 물량의 100%를 가점으로 뽑는 전용 85㎡ 이하 11개 주택형의 당첨자 평균 가점은 65.85였다. 물량의 절반을 추첨으로 뽑는 대형 평형에도 고점 청약통장이 많이 나왔다. 커트라인이 가장 낮은 전용 114㎡B형은 최저 52점에서 최고 62점 청약통장 보유자가 당첨됐다.

이 단지의 최저 당첨 가점(52점)은 지난달 공급된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의 최저 당첨 가점(41점)보다 높았다.

◆광역시 가점도 서울 수준

작년 한 해 서울에서 공급된 39개 단지의 당첨자 평균 가점은 51점이었다. 이 중 강남 3구에 있는 단지만 평균 가점이 60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용 85㎡ 이하를 전부 가점제로 공급하기 시작한 뒤 비(非)강남권 단지도 평균 당첨 가점이 60대를 넘기기 일쑤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79.9 대 1)의 평균 가점은 61.45점이었다. 최저 가점은 51점, 최고는 74점으로 나타났다. 919.5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인 전용 46㎡에선 당첨자 2명의 가점이 73점, 74점에 달했다.

광역시 재건축·재개발단지의 가점도 서울 못지않게 높은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달 대구 북구에 공급된 ‘복현자이’의 당첨자 평균 가점은 63.32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251가구 모집에 총 4만3025명이 몰려 올해 분양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가점 기록이 나온 전용84㎡C형에는 83점 당첨자가 나왔다. 청약가점 만점에서 딱 1점 모자란 수준이다.

◆“커트라인 더 오를 수도”

전문가들은 인기주거지역에 당첨되려면 가점이 적어도 60점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각각 15년 이상이고, 부양가족이 최소 2명은 돼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로는 인기 주택형 청약 당첨 안정권에 들려면 가점이 70점은 돼야 한다”며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 항목에서 만점을 받고, 부양가족이 최소 4명은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향후 인기주거지역의 당첨 커트라인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직주근접이 가능한 인기 지역에선 높은 가점 커트라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