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일에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폐기를 행정명령 1호로 발동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의회를 찾아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바마케어 사수를 위한 투쟁을 당부했다. 정권 교체를 2주 앞두고 신구(新舊) 권력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포함한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목표로 2014년 출범한 오바마케어가 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먼저 칼을 빼든 쪽은 트럼프 당선자가 속한 공화당이다. 상·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공화당은 지난 3일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날 오바마케어에 예산 배정을 중단하기 위해 ‘신속처리권한’을 담은 예산 결의안을 찬성 51표, 반대 48표로 가결했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는 이날 연방의회에서 “우리의 첫 번째 명령은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그 일은 (임기) 첫날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도 트위터를 통해 “적용 범위가 형편없고 보험료가 엄청나게 오른 재앙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급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를 찾아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조치를 통과시키도록 도와선 안 된다”며 “공화당의 새로운 계획을 ‘트럼프케어’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우리가 옳다는 것을 국민에게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슬로건에 빗대 “트럼프와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기에 나서면서 ‘미국을 다시 아프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