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명 아무도 지지 안하거나 다른 후보 지지…1명은 클린턴 지지

미국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이 10일(현지시간) 자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사실상 버린 뒤 공화당 정치인들의 트럼프 이탈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11일 공화당 소속 주지사 31명,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등 선출직 공화당 정치인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26.2%인 87명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중 한 명이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비롯한 주지사 11명, 상원의원 8명, 하원의원 39명 등 58명이 이번 대선에서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상·하원의원 28명은 다른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리처드 한나(뉴욕) 하원의원은 대놓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USA 투데이는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선출직 정치인이 자당 대선 후보를 이렇게 집단으로 거부한 적은 없었다면서 이런 결과는 트럼프가 앞으로 유권자의 투표를 독려해 온 공화당 대의원이나 지지자의 도움 없이 대선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대선 패배 후 공화당이 당을 재건하는 일도 힘들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공화당 정치인 대부분이 지난 7일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된 뒤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지지를 거부한 공화당 의원의 수는 2012년 대선 때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늘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2012년 대선 때 자당 대선 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 세 명 중 유일하게 지금도 현역인 저스틴 어마시(미시간) 하원의원은 "오래전에 트럼프는 물러났어야 했다"면서 이번에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중 가장 먼저 트럼프 반대를 외친 벤 세스(네브래스카) 의원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보수주의자들은 제3의 옵션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뜻에 동조하는 같은 당 동료 상원의원은 20명으로 늘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트럼프에 비판적인 거물급 상원의원이 여기에 속한다.

라이언 의장은 10일 동료 하원의원들과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지금도 앞으로도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면서 남은 기간 하원의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라이언 의장은 또 의원들에게도 대선보다 지역구 선거 승리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당부해 사실상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를 버렸다는 해석을 낳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