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돌면서 존재감 과시·관심 끌기…클린턴은 '부자연스러운 미소' 약해 보여

'공격모드 황소'·'어슬렁거리는 사자'·'진정한 사과는 없었다'….

보디랭귀지(신체 언어) 전문가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보인 몸짓을 이같이 분석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기븐스 미국 비언어연구소장은 트럼프가 코웃음을 치는 모습을 '공격모드'에 돌입한 황소에 비유했다.

또 클린턴을 향한 반복적인 손가락질은 모든 문화에서 공격적인 몸짓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는 상대인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발언할 때도 쉬지 않고 토론 무대를 돌아다니며 관심을 분산시켰다.

이는 "나는 크고 너는 작다"는 뜻으로 무대에서 클린턴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무시하는 의미라고 기븐스는 해석했다.

클린턴이 말할 때 트럼프가 의자에 손과 팔을 걸친 것도 흔히 남성들이 상대보다 힘이 세다고 보여주고 위협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공격적인 행위다.

기븐스는 "트럼프는 관심을 끌려고 공격적인 콧방귀 뀌기, 단호한 손가락질 등을 했으나 1차 TV토론과 비교하면 안정되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저자인 보디랭귀지 전문가 패티 우드는 "트럼프에게 분노가 발휘된 것 같다"며 "그것이 그의 힘"이라고 분석했다.

분노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강해 보이게 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실제로 미국인들은 강한 호소력을 지닌 후보자에게 자주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다.

우드는 "트럼프는 사자처럼 매서운 공격을 할 자세로 클린턴 주위를 돌았다"며 "계속 움직이고 어슬렁거리는 것으로 공격 에너지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음담패설 비디오' 파문을 사과하면서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우드는 지적했다.

진정한 사과는 공격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에 대한 공격에 답변을 시작하면서 얼굴에 미소를 보였는데 이는 그가 준비됐고 자신 있다는 신호라고 우드는 해석했다.

다만 두 전문가는 클린턴의 전반적인 몸짓을 괜찮다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가 말할 때 앉아있던 클린턴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드는 "1차 토론에서는 트럼프가 횡설수설해 클린턴이 웃는 것이 적절해 보였지만, 2차 토론에서는 트럼프가 더욱 완성된 문장을 구사하고 비난의 강도도 높여 환한 웃음을 짓는 게 부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