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엊그제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 세력이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이 항구적 전략노선”이라고 말했다. 언뜻 북한 핵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선(先)비핵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정작 지금의 안보 상황은 이런 말장난에나 응수하고 있을 단계가 아니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 말고도 우리를 위협하는 복합적 무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이 보유한 수많은 미사일이나 다연장 로켓 무기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미사일은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넣고 있다. KN-08 등 일부 ICBM은 지난해부터 실전 배치 과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의 대북한 전략도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 4일 방한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은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 협상을 할 경우 한국이 어느 정도까지 양보할지 한국 측에 문의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한국이 방위비를 100%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라는 카드를 쓰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한반도 안보에 격랑이 예고된 셈이다. 안보 구조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스스로의 무력이다. 비단 핵은 아니더라도 압도적 전력 강화가 요구된다. 어떤 경우든 비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