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최근 대부업체의 최고 금리 상한을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금리를 내리면 서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최고 금리 인하가 저신용자들을 대거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를 통과한 대부업법 개정안이 최대 74만명의 저신용자들을 대부업체에서 쫓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상한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구축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과거 대부업 금리상한이 내려갈 때마다 대부업 이용자 중 저신용자 비율이 낮아진 점에 주목했다. 과거 금리상한이 연 44%였을 때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비율이 69.2%였던 것이 이후 최고 금리가 39%, 34.9%로 내려가면서 이용자 비율이 각각 62.2%, 57.8%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4~6등급의 중위등급 이용자 비중은 최고 금리가 44%에서 34.9%로 내려가면서 31%에서 42%로 높아졌다. 대부업체 손익분기점을 분석해보면 최고 금리 27.9%에서는 35만명에서 74만명의 저신용자들이 대부시장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서민을 돕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을 괴롭게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을 복지처럼 퍼주자는 생각이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국회만 아니라 정부도 이런 ‘바보놀음’에 가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대부업법 개정으로 최대 330만명(약 7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도 한쪽 면만 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정책도 필요하고 기준금리(연 1.5%)의 20배가 넘는 높은 금리를 받는 대부업에 따가운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얼핏 ‘착해’ 보이는 정책들을 남발하다 보면 시장 질서는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취약층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부업 최고 금리 인하가 그렇고 2008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종 서민금융도 마찬가지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유의 ‘바보 공약’이 또 기승을 부릴 것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