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지하철에서, 광장에서 "대~한민국"…출근길 뒤흔든 '붉은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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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렬했던 '어시스트'
전국 27곳 시민 6만명 모여 새벽부터 환호…열기 '후끈'
일찍 출근해 직장서도 응원
차분함 속 성숙해진 응원 문화
'치맥' 대신 샌드위치·김밥… 경기 후 쓰레기 치우며 정리
응원 한쪽선 세월호 추모도
전국 27곳 시민 6만명 모여 새벽부터 환호…열기 '후끈'
일찍 출근해 직장서도 응원
차분함 속 성숙해진 응원 문화
'치맥' 대신 샌드위치·김밥… 경기 후 쓰레기 치우며 정리
응원 한쪽선 세월호 추모도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시작된 18일 오전 7시. 전국 거리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전국 27곳에서 열린 응원전엔 경찰 추산 5만7000여명이 모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경찰 추산 100만여명이 거리로 몰려나왔던 데 비하면 작은 규모다. 하지만 현장에서 월드컵 열기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거리 곳곳을 청소하는 등 성숙한 응원문화를 보여줬다.
○달아오른 광장 … 직장서도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광장엔 지난 17일 오후 10시께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식 응원행사는 밤 12시부터지만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선점 경쟁이 뜨거웠다. 연예인의 콘서트와 벨기에-알제리전을 지켜본 시민들의 응원 열기는 이날 오전 7시 이번 대회 한국팀의 첫 경기 휘슬이 울리자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붉은악마’들은 이근호 선수가 후반 23분 터뜨린 선취골에 얼싸안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날 울산 문수호반광장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도 1만명 이상이 응원전을 벌였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대전 월드컵경기장에도 많은 시민이 모여 한국팀의 첫승을 염원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지만 시민들은 “잘 싸웠다”며 다음 응원전을 기약했다. 직장인 함상민 씨(32)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처음 참여하는 거리응원인데, 사전 준비와 현장 통제가 원활해 즐겁게 응원했다”며 “남은 알제리, 벨기에전에도 거리에 나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팀의 첫 경기가 출근 시간대에 열린 탓에 거리응원에 나서지 못한 직장인들은 회사 강당이나 회의실 등에서 선전을 기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신촌 아트레온 CGV 네 개 관을 빌려 본사 직원 700여명이 응원할 수 있도록 했다. 홈플러스 직원 150여명은 회사 강당에서 단체로 경기를 시청했다. 출근길 시민들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선취골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거리응원 규모 줄고, ‘치맥’도 자제
거리응원 규모는 4년 전은 물론 처음 예상보다 작았다. 경찰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1만8000여명, 영동대로 2만3000여명 등 전국적으로 5만7600명 정도로 추산했다. 애초 경찰은 전국에서 10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그리스전) 당시엔 거리응원 규모가 100만명에 달했다.
경기가 출근시간대에 열린 데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가라앉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 때문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선 한 시민이 ‘벌써 잊으셨나요’라는 피켓을 들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응원이 열린 광장 분위기도 4년 전과는 많이 달랐다. ‘치맥(치킨+맥주)’을 찾아 보기 어려웠고, 대신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시민이 많았다.
출근길에 나온 ‘넥타이 응원단’은 월드컵 응원전에선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이모씨(32)는 “출근시간이 겹쳐 빨간 티셔츠 대신 정장을 입었다”며 “전반전은 광화문광장에서 즐기고 후반전은 회사에 들어가 경기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일상 전환 … 성숙해진 응원문화
이날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숙한 응원문화를 보였다. 과거와 달리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거나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흔들고 버스에 올라타는 무질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출근길 교통대란은 기우였다. 시민들은 직접 쓰레기 봉지를 들고 뒷정리를 한 뒤 응원현장을 떠나 차량 소통에 큰 불편을 주지 않았다.
서울지역 거리응원을 관할한 강남구청과 종로구청이 경기 직후 살수차와 청소차를 동원해 현장을 신속하게 정리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영동대로 행사를 주최한 현대자동차는 쓰레기 봉지를 응원도구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이 같은 응원문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김태호/윤희은 기자 highkick@hankyung.com
○달아오른 광장 … 직장서도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광장엔 지난 17일 오후 10시께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식 응원행사는 밤 12시부터지만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선점 경쟁이 뜨거웠다. 연예인의 콘서트와 벨기에-알제리전을 지켜본 시민들의 응원 열기는 이날 오전 7시 이번 대회 한국팀의 첫 경기 휘슬이 울리자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붉은악마’들은 이근호 선수가 후반 23분 터뜨린 선취골에 얼싸안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날 울산 문수호반광장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도 1만명 이상이 응원전을 벌였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대전 월드컵경기장에도 많은 시민이 모여 한국팀의 첫승을 염원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지만 시민들은 “잘 싸웠다”며 다음 응원전을 기약했다. 직장인 함상민 씨(32)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처음 참여하는 거리응원인데, 사전 준비와 현장 통제가 원활해 즐겁게 응원했다”며 “남은 알제리, 벨기에전에도 거리에 나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팀의 첫 경기가 출근 시간대에 열린 탓에 거리응원에 나서지 못한 직장인들은 회사 강당이나 회의실 등에서 선전을 기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신촌 아트레온 CGV 네 개 관을 빌려 본사 직원 700여명이 응원할 수 있도록 했다. 홈플러스 직원 150여명은 회사 강당에서 단체로 경기를 시청했다. 출근길 시민들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선취골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거리응원 규모 줄고, ‘치맥’도 자제
거리응원 규모는 4년 전은 물론 처음 예상보다 작았다. 경찰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1만8000여명, 영동대로 2만3000여명 등 전국적으로 5만7600명 정도로 추산했다. 애초 경찰은 전국에서 10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그리스전) 당시엔 거리응원 규모가 100만명에 달했다.
경기가 출근시간대에 열린 데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가라앉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 때문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선 한 시민이 ‘벌써 잊으셨나요’라는 피켓을 들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응원이 열린 광장 분위기도 4년 전과는 많이 달랐다. ‘치맥(치킨+맥주)’을 찾아 보기 어려웠고, 대신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시민이 많았다.
출근길에 나온 ‘넥타이 응원단’은 월드컵 응원전에선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이모씨(32)는 “출근시간이 겹쳐 빨간 티셔츠 대신 정장을 입었다”며 “전반전은 광화문광장에서 즐기고 후반전은 회사에 들어가 경기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일상 전환 … 성숙해진 응원문화
이날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숙한 응원문화를 보였다. 과거와 달리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거나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흔들고 버스에 올라타는 무질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출근길 교통대란은 기우였다. 시민들은 직접 쓰레기 봉지를 들고 뒷정리를 한 뒤 응원현장을 떠나 차량 소통에 큰 불편을 주지 않았다.
서울지역 거리응원을 관할한 강남구청과 종로구청이 경기 직후 살수차와 청소차를 동원해 현장을 신속하게 정리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영동대로 행사를 주최한 현대자동차는 쓰레기 봉지를 응원도구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이 같은 응원문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김태호/윤희은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