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나 유적을 발굴하면 뭐하나. 이렇
[취재수첩] '문화1번지' 종로구의 궁색한 해명
게 보존이 엉망인줄 몰랐다”(아이디 plus****) “일본은 없는 걸 만들어 내고, 우리나라는 있는 것도 제대로 활용 못하네.”(hrs3**** )

서울 관철동의 건설 현장에서 발굴된 유적의 전시관이 토익공부방으로 쓰이는 등 문화재 복원이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다는 기사(본지 8일자 A18면)가 나가자 한 포털사이트에는 1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문화재 발굴·복원·전시 비용을 건축주가 모두 부담하는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비판과 복원한 유적의 훼손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종로구청 문화과였다. 조선의 600년 수도 한양이 있던 곳이어서다. 하지만 종로구청 공무원들에게서 문화재에 대한 열정은 찾기 힘들었다. “유적전시관이 토익공부방으로 사용되는데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지난해 11월 현장 점검 때 빌딩관리사무소에 책상을 치우라고 행정지도했는데 아직도 자습실로 쓰이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기자는 작년 말에도 종로구청의 문화재 부실복원을 지적하는 기사를 다뤘다. 종로구청이 조선시대 국왕과 왕세자가 성균관으로 행차할 때 이용하던 거둥길을 복원한다며 2008년 2억원의 예산을 들여 단장했지만, 5년간 한 명도 찾지 않는 ‘유령길’로 전락한 현실을 다룬 기사였다. 종로구는 창경궁 관리사무소와 사전협의를 하지 않아 거둥길을 복원하고도 시민에게 개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물전시관 실태를 취재하며 담당자에게 “지난번에 기사로 지적했던 거둥길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묻자 “창경궁 관리사무소를 아직 찾아가지 못했다. 올해 안에 거둥길을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창경궁 관리사무소가 가까이 있는데도 찾아가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태만하거나 관심이 적다는 얘기다.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올해부터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고궁과 박물관, 미술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경복궁 창덕궁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등이 몰려 있어 ‘문화 1번지’를 자처하는 종로구청은 이에 걸맞은 현장행정을 펼쳐야 한다.

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