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영화 괴담' 키운 정부의 부실대응
“부채가 17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도 이해합니다. 그런데도 철도노조가 KTX 경쟁체제 도입을 ‘민영화’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정부가 철도 개혁의 정당성과 방향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탓입니다.” 서울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계획을 포함한 철도개혁 방안 수립에 참여한 A교수의 지적이다.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철도 파업의 발단이 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지난 6월26일 국토교통부가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확정됐다. 코레일이 독점한 철도 운송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 서비스를 높이고 코레일의 경영적자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서울발 KTX 기준으로 10%가량의 요금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독점으로 인한 방만경영 등으로 코레일 적자는 연평균 5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혈세로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정부와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철도 개혁 당위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철도 파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9일까지 변변한 공청회나 제대로 된 언론 설명회 한 번 열지 않았다. 파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왜 수서발 KTX 노선을 경쟁체제로 운영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국민이 많지 않은 이유다.

정부는 오히려 노조 반발에 밀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코레일 지분을 30%에서 41%까지 높여주고, 코레일이 영업흑자를 내면 매년 지분을 10%씩 늘려 100% 자기 계열사로 만들 수 있게까지 해줬다. 철도 파업의 쟁점으로 떠오른 비(非) 코레일 지분의 민간 매각 우려에 대해서도 민간 매각 제한에 동의하는 공공자금만을 유치하고, 이를 투자약정과 정관에 포함시키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런데도 “서울~부산 KTX 요금이 28만원으로 오른다”는 괴담만 번졌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광우병 괴담’에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제대로 알리지 않아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 무산될 경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공공기관 개혁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