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교전 8일째인 21일(현지시간) 정전에 합의했다. 합의 과정에서 이집트, 미국 등 국제사회의 중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외교력이 힘을 발휘했다. 반면 정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정전을 중재한 모하메드 카멜 아무르 이집트 외무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측이 정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전은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22일 오전 4시)부터 발효됐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권고에 따라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안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상호 군사 공격과 요인 암살 등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하마스는 모든 분파들의 로켓 공격 재발 방지를 선언했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고 사람과 물자 이동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합의가 양측의 전면적 평화를 한발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 총장은 유엔 제트기를 타고 ‘광속’ 외교를 펼쳤다. 19일 예멘과 이집트를 방문한 반 총장은 20일 하루에만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시작으로 팔레스타인 라말라, 이집트 카이로, 요르단 암만,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잇따라 방문해 각국 정부 요인들과 가자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교전은 끝났어도 ‘불씨’가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는 정전 발효 24시간 뒤 절차를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서 합의돼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29일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의 국가자격 승인 표결이 예정돼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 총장은 “정전 이행을 위해 해결할 문제들이 있지만 합의한 이상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란다”며 “양측이 상대를 이해하고 최대한 자제력과 인내심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