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장갑차 동원 국경 엄격 통제…가자주민들 "내 땅으로 돌아갈 것"

'쾅~'

19일 낮 11시50분께(현지시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와 가자 지구를 연결하는 라파(Rafah) 국경.
지진이 난 듯한 진동에 갑작스러운 포성까지 겹치면서 순간적으로 몸이 움찔했다.

곧바로 이집트 국기가 휘날리는 라파 국경 검문소쪽을 바라봤다.

그 먼 뒤로 짙은 회색의 연기가 50m 넘게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해상과 공중이 이스라엘에 차단 당한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이외 지역과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 검문소에 도착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장갑차를 배치한 채 검문소 주변을 철통 경계하던 이집트 군인들도 일제히 놀란 듯 고개를 돌려 포성이 시작한 곳을 응시했다.

국경 검문소 주변에서 배회하던 이집트 택시 기사들과 짐꾼 등 30여명 사이에서 '오오~'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은 국제사회의 휴전 중재 노력에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 곳곳에 폭격을 퍼부어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18명 사망한 날이다.

팔레스타인인 사상자는 사망자 95명을 포함해 8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라파 국경에서 개인택시 영업을 한다는 로트피(34)는 "검문소에서 10km 이내 거리에 있는 가자지구 마을에 폭격이 가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곧바로 회색 연기 기둥을 향해 카메라 전원을 켜고 셔터를 눌렀다.

그러자 철모를 쓰고 자동 소총을 멘 한 건장한 체격의 군인이 다가와 손을 내저으며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고함을 쳤다.

방탄조끼를 착용한 이집트 군인 10여명은 라파 국경 검문소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외국인 기자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북부 시나이반도의 엘 아리쉬(El Arish) 도시에서 60km 떨어진 라파 국경까지 이동할 때도 장갑차가 배치된 검문소를 5곳이나 통과했다.

책임자로 보이는 군 간부에게 라파 검문소 초소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묻자 "허가 없이는 아무도 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자지구 방문객의 짐을 들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을 하는 한 10대 이집트 청년은 "어제 밤에는 이스라엘이 라파 국경 인근 지역에 집중 폭격을 가했다"며 "가자와 시나이반도를 잇는 터널이 많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파괴가 안 된 터널도 있다"며 50달러만 주면 밤을 틈타 지하 터널로 가자지구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라파 국경을 건너 이집트 땅을 밟은 젊은이들도 대거 눈에 띄었다.

전날 이집트 정부의 허가를 받고 24시간 가자지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현지 대학생과 활동가들이다.

전체 520여명 규모인 이들은 한결같이 "가자지구 주민이 이스라엘 공습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카이로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하셈 아흐메드(24)는 "어젯밤 가자지구는 5분~10분 간격으로 포격을 받았다"며 "민간인이 거주하는 건물이 파괴되고 병원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시신도 수십 구를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전날 해·공군을 동원해 공습을 강화하면서 영·유아 5명을 포함, 팔레스타인인 최소 29명이 숨져 하루 사망자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도 간간이 목격됐다.

이들 모두는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오가며 중개 무역을 하는 이들로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자지구에서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에 산다는 카밀 엘란티스(66)는 "다행히 가족 모두 지금까지는 안전하다고 들었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머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가자 지구로 돌아가는 게 위험하지 않으냐'란 질문에 "내 땅으로 돌아가고 가족이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냐. 함께 있으면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자 주민 가운데 60세 이상은 이집트 비자 없이도 라파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라파 국경<이집트>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