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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A양 동영상 파동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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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성미 지식사회부 기자 smshim@hankyung.com
    [취재여록] A양 동영상 파동이 남긴 것
    “A씨 동영상 링크입니다(@Tae****).” “A씨 2차 동영상 공개! 잘리기 전에 빨리 보세요(@jhjco****).” 유명 방송인 A씨의 ‘사생활 동영상’이 처음 인터넷에 올라온 것은 지난 4일. A씨의 전 남자친구를 잘 아는 지인이라고 주장한 B씨는 “A씨가 조폭을 고용해 A씨의 전 애인을 감금, 폭행한 뒤 혈서를 쓰게 했다”는 글과 함께 2분52초짜리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

    그 뒤부터는 너무나 빨랐다. ‘A씨 비디오’와 B씨의 블로그 주소는 트위터, 메신저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들은 리트위트(RT·재전송) 기능을 이용해 동영상이 담긴 인터넷 주소를 퍼날랐다.

    B씨는 블로그 게시글이 삭제되자 이틀 뒤 다른 사이트에 2차 동영상과 A씨의 나체 사진 몇 장을 게시했다. 트위터리안들은 ‘동영상이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며 이틀 전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취재여록] A양 동영상 파동이 남긴 것
    1998년 ‘O양 비디오’나 2000년 ‘B양 비디오’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였다. 과거에는 ‘어둠의 경로’로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거나 암암리에 주고 받았지만 이번에 ‘A양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반나절 만에 온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도록 공개돼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온갖 음모론까지 판을 쳤다. ‘A씨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이다’와 같이 B씨의 주장을 완전히 기정사실화 한 글도 많았다. 인터넷 공간은 A씨의 이야기로 범벅이 되다시피 했다. 저속한 ‘관음증’ 이 SNS 바람을 타고 특정인의 인권을 짓밟아 버린 셈이다. A씨 주변의 사적폭행 여부나 인격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트위터 등 SNS는 다양하고 새로운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 ‘21세기 형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아간다. 하지만 이번 일로 SNS의 부작용도 또 한번 부각됐다. SNS는 압축된 정보를 들고 이용자를 직접 찾아간다는 점에서 포털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정보만큼이나 부정적이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도 단 시간 내에 퍼뜨릴 수도 있다.

    SNS에 대한 법적 규제론까지 나온다. 이에 앞서 SNS 사용자들 모두가 ‘자율적 규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리트위트 버튼 한번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

    심성미 지식사회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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