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 부인, 에세이 '해피 라이프' 출간

한국인 최초로 백악관 직속 장애위원회의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67) 박사, 최근 백악관 선임 법률고문으로 발탁된 차남 크리스토퍼 강(34.한국명 강진영).
이 백악관 부자(父子) 뒤에는 낯선 타국에서 시각장애인 남편을 내조하고, 유명 안과의사인 장남을 포함해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석은옥(69) 여사가 있었다.

석 여사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책 '해피라이프'(문학동네 펴냄)를 4일 국내 출간한다.

이에 맞춰 방한한 석 여사를 3일 전화로 만났다.

석 여사는 "내 인생 70년과 남편과 함께 보낸 50년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썼다"며 "특히 직업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그리고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에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석 여사는 숙명여대 1학년 재학 중 대학적십자사 청년봉사회 부회장을 맡으며 서울맹학교에서 뒤늦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던 강 박사를 처음 만났다.

그 후 1972년 강 박사와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았고, 자신은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인디애나에서 시각장애인 순회교사로 28년간 일했다.

이 책에는 두 아들을 키워낸 이야기와 교단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은퇴 후 손자들과 보내는 노후 이야기가 책 제목대로 행복이 묻어나는 글 속에 담겼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안팎에서의 역할을 모두 훌륭하게 수행한 석씨는 요즘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물론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은 여성들의 고귀한 사명입니다.

저도 시각장애인인 남편과 살면서 남들보다 더 바쁘게 지냈지만 그 와중에도 '모성애 엔도르핀' 같은 것이 나오더라구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나니 50-60년이 지난 지금 보람있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석 여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이 있게 한 원동력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었다고 말한다.

"우리 여성들에게는 남성들이 갖지 못한 아름다운 덕목들이 있습니다.

인내심도 그렇고 모성애를 비롯한 극렬한 사랑도 그렇죠. 아내나 어머니가 됐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
강 박사도 지난 50년간 자신을 도와주고 잘 따라와준 아내에게 갖는 고마움이 크다.

특히 여대생과 고아 맹인소년으로 처음 만났을 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가장 고맙다고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여건이 하나도 안 돼 있던 맹학교에서 대학을 갈 수 있게 도와준 1등 공신이 바로 아내입니다.

참고서도 읽어주고 영어학원에도 데려가주었죠. 지금도 아내는 싸우다가 불리해지면 '까까중 시절을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웃음) 그리고 결혼 후에도 박사학위 취득 후에 장학금은 끊기고 취직은 안 돼 어려울 때 아내가 '생계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더 공부하면서 시간을 두고 직장을 찾으라'고 격려해주며 식품점을 열기로 했던 것도 두고두고 고맙죠."
2004년 출간한 석 여사의 책 '나는 그대의 지팡이 그대는 나의 등대'의 제목대로 50년간 '등대' 역할을 해준 남편에 대한 석 여사의 고마움도 남다르다.

그러면서도 모든 과제를 마치고 행복한 노년을 맞게된 그만의 여유가 묻어나는 행복한 투정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 가정을 잘 이끌어줘서, 보람있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준 것이 참 고맙죠. 다만 남편이 지금까지 늘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었는데 이제는 서로 나이도 있으니 여성으로서의 마음도 헤아려줘 좀더 다정스럽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몇 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후원해온 석 여사는 4일 연세대 장애인지원센터에 1천만원을 기부하고, 5일에는 숙명여대에서 리더십 특강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