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역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 쿠웨이트에도 몰아치고 있다.

AFP통신은 8일 청년단체인 '다섯 번째 펜스'와 '카피' 등을 중심으로 2006년 취임한 셰이크 나세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 단체들은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이용,시민들의 자발적인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등은 취임 5년째인 나세르 총리가 지난해 12월 야당 의원들의 집회를 강경 진압하고 알자지라 방송 지국을 폐쇄하는 등 집회 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쿠웨이트 정부는 독립기념일 50주년을 맞아 최근 3개월간 자국민들에게 현금 400만원과 식품 등 총 4조5000억원의 자금을 풀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번 시위에 시민이 대거 참여할 경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쿠웨이트에서도 첫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셈이다. 아랍권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쿠웨이트에까지 반정부 시위 물결이 미친다면 중동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연일 반정부 시위가 열리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사우디의 시아파 시위대는 수도 리야드에서 정치범 수감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우디 일각에서는 오는 11일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정치적인 자유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오만과 바레인도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카보스 빈 사이드 오만 국왕은 7일 장관 2명을 교체하는 등 최근 열흘 동안 세 번째 개각을 단행,12명의 장관을 경질했다.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바레인 정부도 일자리 2만개 창출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시위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