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부대 발포로 무고한 시민 14명 사망"

38년 전 북아일랜드 제2의 도시 런던데리에서 영국 공수부대원들의 발포로 시위대 14명이 숨진 이른바 `피의 일요일'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보고서가 15일 오후 공개됐다.

1972년 1월 30일 영국 공수부대원들은 신교파 영국인과 동등한 시민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구교파 소속 북아일랜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13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부상한 14명 가운데 1명도 나중에 사망했다.

이 사건은 북아일랜드 구교도들이 비무장투쟁에서 벗어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무장투쟁에 적극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전면 재조사를 시작한 지 12년 만에 나온 `새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사망자들은 모두 무고한 시민들이었으며 처음 총격을 가한 측도 시민들이 아니라 군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발포 과정에서 아무런 사전 경고가 없었으며 일부는 달아나거나 부상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죽거나 다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상자 가운데 일부가 총기나 폭탄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초기 조사 결과와 상반된 것이다.

희생자 유족들은 사상자가 모두 무고한 시민들이라고 주장했으나 사건 10주 뒤 발표된 보고서는 일부 시위대가 폭탄과 총기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들이 먼저 발포해 응사했다고 결론지었었다.

그러나 유족들과 구교도 측은 이에 의혹을 제기했고 25년이 지난 1998년 토니 블레어 총리는 법관을 지낸 새빌 경에게 전면 재조사를 맡겼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직접 보고서 내용을 설명한 뒤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그는 "먼저 총을 쏜 것은 군인들이었다"면서 "살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그날 일어난 일은 정당하지 않고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두 5천쪽 분량으로 된 10권의 `새빌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억9천500만 파운드의 비용이 들었다.

조사위원회는 2004년까지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 등 900여 명의 증언을 들었고 정부 및 군 자료 등을 정밀 검토했다.

유족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민간단체 회원, 시민 등 수천여 명은 이날 희생자들의 대형 사진을 들고 런던데리 시청 청사까지 가두 행진을 벌인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캐머런 총리의 발표 내용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총리의 발표가 끝나자 "드디어 진실이 햇볕을 보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