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서 조인식..'핵무기 없는 세상' 첫걸음
"핵비확산.양국관계 이정표"..對이란 추가제재 경고


미국과 러시아가 8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역사적인 핵무기 감축 협정을 체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프라하 성에서 1991년 발효돼 지난해 12월 만료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하는 새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현재 2천200기에 달하는 장거리 핵탄두를 1천500기로, 지상 및 해상배치 미사일은 1천600기에서 800기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무기의 9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서명은 냉전 시대의 협정을 대체하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약속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가시화한 첫 번째 성과이자, 미-러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는 이정표로 간주된다.

양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발효되는 협정은 효력이 10년간 지속하며,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기간이 5년 연장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정 서명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핵안전과 핵무기 비확산, 그리고 미-러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협정 서명은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면서도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자제해야 협정이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MD 체제가 러시아와의 '전략적 균형'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더 많은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이 문제와 관련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 상원의 협정 비준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한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 전용기 기내 브리핑을 통해 핵 관련 협정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초당적인 지지가 있었다면서 상원의 연내 비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프라하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협정 서명에 앞서 별도 양자 회담을 열어 핵무기 감축, 양국 간 협력 강화, 이란의 핵개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올해 여름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또 이란이 핵무기 개발 시도를 계속할 경우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거나 국제사회의 신뢰를 위협하는 이란의 어떤 움직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이란이 국제사회의 많은 건설적 제안들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식 장소가 프라하로 결정된 것은 지난해 4월5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곳에서 대중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선포하면서 세계적 비핵화 노력의 역사적 장소로 자리매김한 데다 동유럽이 미국과 러시아의 화해와 협력을 시험하는 주무대이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그의 비전과 노력"을 선정 배경의 하나로 제시했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협정 서명 후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중·동부 유럽 11개국 정상과 만나 새 협정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그는 다음날 체코의 클라우스 대통령, 얀 피셔 총리와 회담한 뒤 귀국한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