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인 900만달러(약 105억원)의 보너스를 받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월가의 거액 보너스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굴복해 보너스 규모를 삭감한 것이다.

블랭크페인 CEO는 2007년에는 685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고,2008년에는 신용위기에 따른 경영 악화로 보너스를 받지 않았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이사회는 블랭크페인 CEO에게 2009년 보너스로 현금 없이 주식만 5만8381주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골드만삭스의 주가(154.16달러)로 평가하면 900만달러를 약간 넘는다.

데이비드 비니아르 최고재무책임자(CFO),마이클 에번스 부회장 등 고위 임원 4명에게도 동일한 규모의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고위 임원 30명에게는 현금 없이 5년 동안 팔 수 없는 주식으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블랭크페인 CEO의 보너스는 경쟁사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몬 CEO가 받은 보너스 규모인 17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지난해 연간 주가 상승률이 100%에 달했지만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지난해 JP모건체이스의 주가는 32% 오르는 데 그쳤다.

비니아르 CFO는 최근 2009년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눈과 귀를 막은 적이 없다"며 "감독 당국과 세계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잘 듣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컴펜세이션어드바이저이파트너스의 로즈마리 오렌스 선임 컨설턴트는 "예상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며 "골드만삭스=고액 보너스 주범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