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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철 드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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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는 1990년 9월 생이다.지난해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08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았을 때 나이는 만 17세.편파 판정에도 불구,그는 억울해 하기는커녕 대회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털어놨다.또 자신에 대한 악플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분들이 다 저를 좋아하거나 칭찬할 순 없는 것 아닌가요.그래도 ‘악플’에 대해 피겨 기술까지 언급하며 변호해주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정말 고마워요.”

    이쯤 되면 철이 들어도 정말 단단히 들었다 싶다.운동 잘해,얼굴 예뻐,노래에 연기까지 못하는 게 없는데 속까지 깊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엄친딸’(엄마 친구 딸,부러움의 대상)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 셈이다.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게 전부는 아닐 수 있다.그래도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김연아를 보며 부러움과 자책에 시달리는 건 또래만이 아니다.나이 든다고 철까지 따라서 드는 것같진 않기 때문이다.

    ‘철들다’의 사전적 뜻은 ‘제법 사리를 분별할 만하게 되다’인데 그게 연령과는 도무지 무관한 것처럼 여겨지기 일쑤다.불리하다 싶으면 이치에 상관없이 무작정 남의 탓으로 돌리고,사소한 일에 감정 격해져 함부로 말하거나 앞뒤 없이 행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도대체 철은 언제 드는가.

    일곱살만 되면 눈치가 멀쩡해진다고 한다.‘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로버트 풀검)라는 책도 있다.어떻게 살고,뭘 하고,어떤 사람이 돼야 하고,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자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지까지 실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늘 다른 모양이다.오죽하면 ‘철들자 망령’이란 말이 있을까.영국에선 그래도 스물두살이면 다소 철이 든다고 한다.한 시장조사기관에서 5000가구를 대상으로 알아봤더니 10대에 사사건건 대들던 아이들도 22살이면 부모의 입장을 얼마간 이해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영국에선 18살이면 일단 독립해야 한다.한국에선 군대 가면 철든다고 하거니와 어느 나라에서든 벗어나고파를 외치다가도 막상 부모 곁을 떠나보면 세상 무서운 것과 부모 아쉬운 줄을 안다는 얘기다.부모에게 자식은 전생의 빚쟁이라고 하거니와 설 지나면 스물두살이 되는 이들은 물론 다른 이들도 한번쯤 되새겨볼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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