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공업용 원료인 멜라민을 넣은 분유로 유아가 사망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멜라민 파문이 중국 경제 고성장의 뿌리인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ㆍ개방 30주년이 되는 올해 중국 지도부는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티베트 유혈 사태와 쓰촨 지진 사태 등 잇단 시련을 맞았다. 2003년 출범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중심의 공산당 지도부는 이들 난관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번 멜라민 파문은 더욱 혹독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 총리가 27일 톈진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가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가 되고 있는 멜라민은 지난해에도 중국산 사료에 첨가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세계 중국산 식품 불신으로 이어진 전력이 있지만 오히려 사태가 확대된 것만 봐도 그렇다. 더욱이 중국 당국이 이미 2년 전 우유에 멜라민을 섞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미국의 공영방송 NPR가 보도하는 등 중국 정부의 신뢰성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멜라민 사태가 단순한 불량제품 사건이 아니라 불투명성과 정경유착,책임행정 부재 등 중국의 부실이 총체적으로 표면화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번 사태가 중국 공산당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인 빈부 격차 문제를 더 부각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부유층은 외제 분유를 사면 되지만 농촌의 가난한 농민들은 모유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9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어떤 위기 해법방안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