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붕괴 불안확산…집값 20%이상 빠져

지난 26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 북쪽의 신시가지 미딩(MYDINH)지구.쭉쭉 뻗은 10차선 도로와 고층 아파트,국립컨벤션센터,정방형의 개발 예정지 등이 베트남의 미래상을 가늠케 한다. 이 지구 한 가운데에서 한국 건설업체(경남기업)의 '하노이 랜드마크타워'가 한창 땅파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노이 최고층 빌딩(70층 호텔)과 아파트,쇼핑몰을 함께 짓다보니 가장 작은 규모의 아파트(107㎡)도 분양가가 원화로 3억원을 웃돈다.

이런데도 지난 8월 초 청약 접수처였던 하노이 대하빌딩(대우호텔 옆) 우리은행엔 베트남 사람들이 현금을 싸들고 와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1차 공급분 320가구 가운데 250가구가 분양을 마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같은 고급 아파트의 분양열기와는 달리 베트남 전체 주택시장과 부동산 개발사업은 얼어붙고 있다. 하노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응웬 투 푸엉씨(41)는 "EV(베트남전력공사) 페트로베트남 등 공기업들이 짓는 미딩지구의 오피스 빌딩과 아파트들이 지난 6월 이후 층이 올라가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며 "상반기만 해도 건설 중장비들이 도로 한켠에 줄지어 섰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길 없다"고 말했다. 박동욱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은 "베트남 정부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공기업 본연의 사업을 70% 이상 하도록 한 감독 강화로 부동산 개발 속도가 예전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호찌민에 비해 부동산 거품이 덜하다는 하노이만 해도 3.3㎡당 1200만원까지 올라갔던 도심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최근 20% 이상 빠졌다. 3년 안에 현재 가격의 30% 선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지난 5월말 외환위기설 이전 몰려들던 한국의 시행사들도 완전히 발길을 끊었다.

베트남 건설ㆍ부동산 시장은 이처럼 '고급주택 불패신화'와 '부동산 거품붕괴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연간 28%에 달하는 살인적 물가상승률과 전년동기 대비 3배 늘어난 무역수지 적자(올 상반기 148억달러)가 베트남 경제당국을 긴장시키지만 실물경기의 등락은 부동산 시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에도 청신호와 적신호가 혼재한다. 대표적 청신호는 외국인 주택소유를 첫 허용하는 조치.내년 1월부터 △베트남 직접 투자자 △외국 법인 대표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진 전문분야 종사자 등이 주택을 살 수 있다. 베트남 건설부는 총 8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가운데 아파트 구매가 가능한 사람을 1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반면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인상이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양도액의 2%,또는 이익금의 25%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한국 부동산개발회사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국민총생산의 30%에 가까운 지하경제 자금이 있다지만 긴축정책으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어 거품이 당분간 빠질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김상우 대우건설 하노이 지사장은 "내년 2분기를 넘어가야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지,아니면 계속 침체를 거듭할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하노이(베트남)=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