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출범한 일본의 아소 다로 정권이 딱한 처지다. 다가올 중의원 선거를 겨냥해 진용을 짠 새 내각의 나카야마 나리아키 국토교통상이 취임 5일 만인 28일 낙마했다. 앞뒤 가리지 않은 말 때문이다.

나카야마 국토교통상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일교조(日敎組ㆍ일본 교원노조)가 강한 곳은 학생 성적이 나쁘다""일교조 아들들은 성적이 나빠도 교사가 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나리타 공항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선 "억지를 부리면 이익을 본다는 것 아닌가. 2차대전 후 교육이 잘못된 탓"이라고 비난했다.

일교조 등의 폐단을 지적한 '소신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위험한 발언이었다. 진보성향 사회단체들은 그의 퇴진을 요구했고 민주당 등 야당은 아소 총리의 임명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초기 인기율이 50%에도 못 미친 아소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할 경우 조기 중의원 해산ㆍ총선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나카야마 국토교통상은 원래 '요주의 인물'이었다. 2004년 고이즈미 내각 때 문부과학상이던 그는 독도에 관한 교과서 왜곡을 주도했다. 2005년 3월 국회에서 "새 학습지도요령에서는 (독도 영유권을) 제대로 써야 한다"고 답변해 최근 한국의 강력한 반발을 산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다.

'일본의 미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회장을 지내면서는 중국 난징 대학살을 날조라고 주장했다.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불법이나 위안소 내 인권 침해가 없었다"며 일본 군과 정부의 책임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내 최대 파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마치무라파 중진인 그가 발탁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당초 행정개혁상을 제의받았으나 "나도 처도 자식들도 모두 대장성(현재 재무성) 출신인데,나더러 행정 개혁을 하라고…"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인사의 최종 책임은 인사권자에게 있다. 나카야마 국토교통상 사퇴 파문은 결국 아소 총리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