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병설과 관련,"북한의 차기 권력구도 향배를 더 예의 주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에서 20년간 근무한 한반도 전문가다.

―김 위원장에 대한 미 언론 보도의 대부분이 미 정보기관이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하고 있다. 왜 미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보나.

"과거에도 김 위원장이 차사고로 사망했다,중병을 앓고 있다는 등의 보도가 많았다. 사망설은 나중에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다 보니 부정확한 내용이 있었다. 미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정황을 파악해 관련 영향을 짚어보려는 의도인 것 같다. 북한 사회의 특성에 비춰 내부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 "

―한반도에서 긴장관계가 높아지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김 위원장이 자취를 감추곤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또 다른 전술이라는 시각이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를 선언한 시점이다.

"그런 전술이 아니라고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은 과거에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사용했다. 실제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으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복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도 핵신고 검증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

―현재 북한 정권 내에 군부와 협상파 간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권력투쟁은 차기 권력구도와 맞물린다. 북한은 현재 김 위원장 아들로의 권력 승계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서 있지 않은 것 같다. 김일성이 일찌감치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삼았던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아들 중 누구도 지명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질 수 있는 게 군부 강경파들의 도전이다. 그렇게 되면 자칫 혼란에 빠질 수 있다. "

―앞으로 북.미 관계 등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김 위원장이 심각한 병에 걸렸든,그의 사후 권력구도가 어떻게 재편되든 북한이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을 통 크게 취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완전한 비핵화로 명분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북.미 관계가 크게 진전될 것으로 본다. "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