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오세티야 독립을 놓고 촉발된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 전쟁이 3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러시아가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인근 군 비행장을 폭격하고 해군까지 동원하는 등 점점 그루지야의 목을 죄어 오고 있는데다 친러 성향의 또 다른 지치공화국 압하지야에서도 그루지야군과의 무력 충돌이 일면서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군의 총공세에 그루지야는 이날 남오세티야에서 자국 군대를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져 10일이 이번 전쟁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교전이 계속되면서 민간인을 포함해 사상자 수가 2천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빌리시 인근도 공격받아..그루지야 남오세티야서 철군

러시아 전투기들이 10일 오전 트빌리시 국제공항 인근 군 비행장에 여러 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그루지야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폭탄 투하는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세 차례에 걸쳐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거대한 폭발음이 트빌리시를 뒤흔들었다.

그루지야 내무부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러시아 전투기들이 군 비행장에 폭탄 세 발을 투하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또 전날 러시아 전투기들이 트빌리시 인근 고리 지역을 공습해 수십 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수백 채의 건물이 파손됐다고 목격자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했다.

이와 함께 1만명의 러시아 군인들과 탱크, 장갑차가 그루지야 국경에 집중 배치되고 압하지야 아참치라항에 러시아 해군 함정이 도착하는 등 러시아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남오세티야 공화국 대변인은 "밤새 교전으로 20명이 숨지고 15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그루지야 내부무가 이날 그루지야 군의 남오세티야에서의 철군을 발표해 주목된다.

내무부 대변인은 "그루지야 군이 남오세티야에서 완전히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철군 발표가 나간 사이 미하일 사캬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남오세티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루지야 영토내 에르그네티 마을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전날 남오세티야 접경 러시아령 북오세티야를 방문했다가 모스크바로 돌아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남오세티야에서 그루지야군의 민간인 `대량학살'이 자행됐는지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전쟁 3일째를 맞으면서 사상자 수도 늘어 그루지야 외무부는 현재까지 150명의 그루지야인들이 사망했다고 발표했고 러시아 관리들은 남오세티야에서 적어도 2천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휴전 촉구와 함께 우려 목소리 높아

포성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EU 의장국인 프랑스 정부와 대통령관저인 엘리제궁은 9일 각각 성명을 내고 그루지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금주 초에 EU 긴급 외무장관 회담이 소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EU 외무 장관 회담에 이어 "사태의 진전 상황에 따라 의장국인 프랑스가 긴급 EU 정상회의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엘리제궁은 이와 별도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부 장관에게 빠른 시일 내에 현지를 방문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루지야, 영국, 우크라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정상들과 그루지야 사태를 논의했다면서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동시에 처음 위치로 병력을 철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 종식을 위한 3단계 계획을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계획은 양국의 병력 철수 외에 즉각적인 적대관계 종식, 그루지야의 영토주권 존중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러시아, 독일, 폴란드, 미국의 정상들과도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엘리제궁은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전쟁 반발 후 처음으로 9일 성명을 통해 그루지야에서의 즉각적인 무력 사용 중지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반 총장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 중인 압하지야까지 전쟁이 확산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며 유엔 평화유지군의 안전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그루지야와 독립전쟁을 치른 압하지야에는 1994년 휴전 협정에 따라 한국 평화유지군 7명을 포함해 25개국 127명이 상주, 정전 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전날 유엔은 압하지야 당국의 요청을 받고 압하지야와 그루지야의 접경인 코도리 계곡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15명을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공동 대표단이 9일 밤 그루지야에 도착, 중재 역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9일 오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도 무력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7일 이후 세 번째로 소집된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는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야가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제안했지만 '모든 당사자가 무력 사용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문구가 그루지야의 자위력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등 일부 국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에도 그루지야의 요구로 또다시 안보리가 열릴 예정이어서 성명 채택 여부가 주목된다.

◇그루지야, 올림픽 계속 참가

러시아와의 무력충돌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베이징(北京) 올림픽에 참가한 자국 선수들에게 올림픽 경기에 계속 임할 것을 지시했다.

선수단 대변인은 10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대표단을 베이징에 머물게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더 큰 열정과 결의로 시합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도 그루지야와 러시아가 전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정신에 따라 경기에는 계속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올림픽에 35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그루지야와 러시아는 오는 13일 여자 비치발리볼 경기에서 한판 붙을 예정이다.

IOC 관계자는 "당일 경기에 추가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