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남오세티아 수도 장악..압하지야 협공에 그루지야 수세
美 고위급 관리 파견, 중재 돌입

남오세티야를 둘러싼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무력충돌 이틀째인 9일 러시아가 공수부대 병력을 동원, 남오세티야 수도 츠힌빌리를 장악하며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면서 그루지야가 휴전을 제의하고 나서는 등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루지야는 특히 자국내 또 다른 친 러시아계 공화국 압하지야가 러시아군의 공세에 때맞춰 협공을 가하자 츠힌빌리 일대에 포진한 자국 병력에 철수 명령을 내리는 등 군사행동을 자제하며 사실상 몸낮추기에 들어갔다.

러시아군은 이날 전투기와 박격포 등 강력한 화력의 엄호 아래 대규모 공수부대 병력을 동원, 츠힌빌리를 장악하고 있던 그루지야군을 러시아 평화유지군 관할구역 밖으로 몰아냈다고 러시아측이 밝혔다.

러시아는 또 남오세티야에서 작전 경험이 있는 공수부대 병력을 현지에 추가 배치키로 하는 등 츠힌빌리 일대에 대한 군사력 증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틀간 츠힌발리에서는 그루지야군과 러시아군의 교전으로 남아오세티야 주민 2천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지야 정부 관계자도 이날 자국 군인과 민간인 128명이 숨지고, 74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남오세티야에서 그루지야군이 이처럼 수세에 몰리자 또 다른 친러 성향의 자치공화국 압하지야가 자국 영내에 주둔하고 있는 그루지야군에 대해 공격을 개시하면서 그루지야를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압하지야의 세르게이 샴바 외무장관은 이날 압하지야군이 압하지야 코도리 협곡에 주둔하고 있는 그루지야군을 상대로 폭격과 포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루지야군은 2006년 압하지야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반군 소탕을 명분으로 코도리 협곡을 점령했으며 이 지역에는 현재 약 3천 명의 그루지야인 정착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루지야 안보위원회는 코도리 협곡의 자국군이 공격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격의 주체는 압하지야군이 아닌 러시아군으로 민간인들도 무차별로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황이 악화되자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그루지야군에 츠힌발리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마이아 의장은 이날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러시아군과 휴전을 모색하는 첫 번째 단계의 신호로 그루지야군에게 츠힌발리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했고 러시아군의 포격에 가능한 대응하지 말 것을 명령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루지야가 즉각적인 병력철수와 함께 무력사용 중지를 위한 구속력있는 협정에 서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남오세티야 국경과 맞닿은 러시아령 북오세티야를 급거 방문, 러시아의 이번 군사력 동원은 합법적이라며 그루지야에 침략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루지야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러시아와 그루지야 양측에 폭력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8월6일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고위급 관리 1명을 파견, 중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