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252개 위력..하노이.방콕서도 감지
5시 현재 여진 1천180차례 이상 발생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3개월 앞둔 12일 리히터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그러나 지진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진앙이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고 학교, 병원, 공장 등 붕괴된 건물이 많아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대지진은 이날 오후 2시28분께(현지시간) 청두에서 북서쪽으로 92㎞ 떨어진 원촨(汶川)현에서 발생했고 중국 전역 10여개 성은 물론 베트남과 태국, 대만, 파키스탄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

중국 쓰촨성지진국은 13일 오전 5시 현재 모두 1천180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면서 가장 컸던 여진은 리히터 규모 6.0에 달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지진 재난구조 지휘부를 인용, 이번 대지진으로 쓰촨성에서만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간쑤(甘肅)성과 산시(陝西)성 등지에서도 18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와 청두 주재 한국 총영사관는 다행히도 12일 오후 11시 현재 이번 지진으로 인한 한국인 피해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피해 현장 = 대지진으로 지축이 흔들리면서 굉음이 울리더니 베이촨(北川)현에서는 전체 건물의 80%가 붕괴되면서 완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주민과 학생들은 중학교와 초등학교, 유치원 건물이 무너지자 비명도 지를 새 없이 붕괴된 건물 더미에 묻혀 무더기로 숨졌다.

대수로가 있는 쓰촨성 두장옌(都江堰)시에서는 샹어중학교 건물이 붕괴돼 전교생 420명 가운데 320명이 사망했다.

학생들은 건물에서 떨어진 철재에 맞아 일대가 피바다를 이뤘다.

두장옌시 주위안중학교에서는 900명이 매몰됐으며 충칭에선 초등학교 건물이 무너져 4명이 숨졌다.

이밖에 다른 지역의 5개 학교 건물도 붕괴돼 수백명이 매몰됐으나 구체적인 피해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더양 스팡시 정부는 지진 직후 화학물질이 유출돼 학생 81명 등 600명이 사망했으며 2천300명이 매몰된 상태라고 말했다.

안샨현에서는 500여명이 숨졌으며 전체 주택의 85%가 무너져 내렸다.

중국 웹사이트들에는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망자들의 모습과 훼손된 시신의 모습이 게시돼 끔찍했던 사고 순간을 말해주고 있다.

규모 3.9의 여진이 발생한 베이징에서는 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을 비롯해 고층 건물에 소개령이 내려져 수천여명이 건물 밖으로 긴급대피했다.

베이징 창안제 LG타워에서 근무하는 한 주재원은 "건물이 수평으로 크게 흔들려서 현기증을 느꼈다"면서 건물 밖에는 이미 수백명이 대피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상하이에서도 진마오빌딩(金茂大廈)을 비롯해 고층 건물에 있던 주민들이 대피했다.

◇"시간은 생명" 긴급구호 착수 = 대지진이 발생하자 2만명의 인민해방군을 비롯해 무장경찰과 의료팀 등은 도보 행진 등을 통해 진앙지인 원촨 등 지진 피해현장으로 접근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밤 재난구조를 위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사상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후 주석은 쓰촨성 원촨(汶川)현 등지의 지진 피해 현황을 보고받고 "시간은 생명"이라면서 중앙 관련기관과 재난지역 각급 당위원회에 대해 행동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특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번 지진을 '대재난'으로 규정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지진 피해가 우려되는 청두를 거쳐 원촨에 도착, 현장에서 인명구조와 피해복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청두대군구에서 5천명의 병력을 현장에 파견했고 무장경찰도 3천명을 동원했다.

이들은 여진은 물론 폭우로 인한 산사태까지 겹쳐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구조대원들은 "도로 붕괴로 도보를 통해 지진 피해현장으로 진군하고 있다"면서 "폭우까지 내려 산에서 돌이 굴러떨어지고 여진이 강타해 행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두장옌시에서 진앙지인 원촨현까지 가는 국도는 거대한 바위와 진흙으로 막혀 있어 구조대원들이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빨리 가야 인명을 구조할 수 있다"면서 두장옌시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민해방군에 대해 빨리 원촨현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해 현장으로 진입할 것을 지시했다.

청두 교외에 위치한 공항에는 의료장비와 구호품, 구조 전문가들을 실은 비행기들이 도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군용트럭 편으로 진앙인 원촨현에 공급할 예정이다.

◇교민 피해 없어 = 주중 한국대사관은 12일 오후 11시(현지시각) 현재 교민 피해상황을 점검한 결과, 청두시 교민 일부가 건물에 금이 가는 재산피해를 입은 것 외 인명피해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이번 지진의 진앙인 원촨현에 살고 있는 교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두 지역의 경우 휴대전화가 모두 불통돼 청두 총영사관과도 연락이 어려운데다 일부 유선전화를 통해 교민 피해를 접수받은 것이어서 추가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보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재산피해나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