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냐 돈이냐? TV드라마는 '사랑'이라고 답하고 싶어한다.

돈을 좇아 사랑을 버리면 괴롭다 못해 파멸하기 십상이라는 공식이 그것이다.

한 예로 SBS 주말극 '황금신부'에선 애인을 스토커로 고발한 뒤 부잣집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과거때문에 전전긍긍하다 결국 이혼통보를 받는다.

여기선 똑똑한 여자가 가난한 남자를 떠난다는 설정이지만 주류는 여전히 똑똑한 남자가 출세를 위해 오래 사귄 애인 대신 부잣집 딸을 선택하곤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과 애인 모두 형편이 웬만한데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움직인다는 사실이다(KBS '미우나 고우나').

사랑과 결혼에 정답은 없다.

돈이 사랑보다 우선일 수 없다는 연속극의 주장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2534세대(25세부터 34세 미혼남녀)는'결혼도 투자'라고 했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제일기획).문제는 결혼이 혼자 하는 게 아닐진대 남녀의 결혼에 대한 인식과 배우자 선택기준이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결혼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물었더니 여자는 85%가 부정적,남자는 73.9%가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설문결과(사람인)는 남녀의 결혼관에 괴리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

여자는 '능력ㆍ장래성ㆍ성격',남자는 '애정ㆍ성격ㆍ일에 대한 이해'순이라는 배우자 선택기준도 그렇다(듀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 결혼한 뒤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데 중요한 남편의 '일에 대한 이해'나 '가사능력'을 가볍게 여기고,남성 또한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아내의 '능력'과 '취미'를 사소하게 취급하고 있다.

결혼생활에 정작 아쉽고 소중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셈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이혼사유를 보면 10년 미만에선 성격차,중간은 외도,20년 이상에서는 경제문제가 1위다.

돈과 사랑이 선택항목이 아님을 알려주는 통계다.

한국여성들이 지나치게 완벽남을 찾는 반면 일본여성의 남편감 선택 우선순위는 '편안하냐,말이 통하냐,협조적이냐'라는 보고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