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 리 <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janice.lee@hanaro.com >


한 철학과 교수의 강의 얘기다.

교수는 말없이 마요네즈 통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 안에 골프공을 채웠다.

"여러분,마요네즈 통이 가득 찼죠?" "네!" 학생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작은 조약돌을 골프공 위에 부었다.

조약돌은 골프공 사이로 채워졌다.

"다 찼나요?" 학생들은 다시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수는 다시 그 위에 모래를 부었다.

"다 찼나요?" 학생들은 이전보다 작아진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밑에서 커피 두 잔을 꺼내 마요네즈 통에 부었다.

교수는 마요네즈 통은 인생이며 골프공,조약돌,모래는 삶의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공은 가족,건강 등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요,조약돌은 직업,집,자동차 등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모래는 사소한 것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마요네즈 통에 모래를 먼저 채운다면,골프공과 조약돌을 넣을 기회조차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한 학생이 물었다.

"그럼 맨 마지막 커피 두 잔은 뭐죠?" 교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삶이 어떤 것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친구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는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줬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여보,내 골프공 중 하나는 자동차 같아" 남편은 웃으면서 말했지만,나는 그날 남편의 우선순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유달리 자동차를 좋아했지만 그의 인생에서 그토록 중요한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남편이 그토록 애정을 갖는 자동차에 대해 같이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자동차가 내 삶의 한 귀퉁이에 자그맣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아이들과도 우선순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의 우선순위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나는 왜 아이들이 삶의 최우선순위를 '성적 향상'에 두고 있을 거라고 단정짓고 있었을까.

우리 가족은 그날 이후 서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고,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로 서로의 골프공과 조약돌을 챙겨보는 시간이 된 것이다.

삶의 우선순위를 챙겨보고 순서대로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더불어 사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 남편,내 아내,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내 친구,이웃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어떤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는지 아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다.

오늘 저녁,따뜻한 차 한 잔 앞에 두고 가족과 이웃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