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義東 <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edchung@ksd.or.kr >

최근 우리생활에서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사회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위성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사용이 일상화되고 인터넷의 국민보급률이 60%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생활방식이 바뀌고 있다.

또한 통신기술의 발달로 화상회의가 일반화돼 빠르고 편리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뉴스는 실시간으로 전달돼 생활 전반에 걸친 의사 결정에 반영되고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기업의 주주총회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 미국의 델라웨어주(州)에서 도입된 전자투표제는 이후 미국의 여러 주와 영국,일본 등지에서 기업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게 했다. 주주총회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주주의 의견을 반영,결정하는 기업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이다.

그러나 주주총회 개최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많게는 수백여개 회사가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있어,주주가 모든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전자주총(株總)의 도입으로 주주는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원격지에서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으며,동시에 여러 기업의 주총 참여로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활성화돼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펀드 등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에 저렴한 비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발행회사도 주총 개최가 용이해지고 저렴한 비용으로 개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나아가 전자주총은 회의안건을 비롯한 결산재무정보와 발행사 영업실적 등을 네트워크를 통해 주주에게 알릴 수 있으므로 주주를 위한 경영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자주총 도입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미 상법개정안이 입법예고돼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인터넷을 통해 주총에 참석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자주주총회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진정한 주주를 확인하는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 둘째 전자투표 관리기관의 역할 및 관리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가 준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주에게 제공할 정보의 내용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증권예탁결제원도 시스템설계를 비롯한 전자투표 서비스를 준비해 왔으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제도가 참가자 모두의 이익이 되고 기업의 경영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가 3000만명이 넘는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IT인프라가 전자투표제와 접목돼 기업의 경영활동에 혁신적으로 기여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