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의 스위트룸은 전망이 좋은 꼭대기층에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두바이에 있는 켐핀스키호텔은 2∼3층이 로열층이다. 이 곳에는 2베드룸과 3베드룸의 복층형 객실만 있다. 2베드룸의 1박 요금은 700여만원으로 가장 싼 객실의 12배가 넘는다. 낮은 층에 스위트룸만 꾸민 것은 호텔 바로 옆에 들어선 인공스키장의 슬로프 높이와 같아서다. 사막에서 스키어를 구경하는 값을 내라는 얘기다.

두바이는 입이 벌어질 만한 초대형 시설물로 지구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석유 외에는 마땅한 자원이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거나 크거나 단 하나뿐인 건축물을 지으려고 한다. 신축중이거나 설계중인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이 그렇다. 최고층 빌딩이자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 들어설 '버즈 두바이'를 비롯해 최초의 7성급 호텔('버즈 알 아랍'),최대 인공섬 단지('팜 아일랜드'와 '더 월드'),최대 테마파크('두바이랜드'),최초의 해저호텔('하이드로폴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여년간 관광과 물류,금융 중심지로 성장해온 덕택에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서울의 6.4배 크기인 두바이의 지난해 관광객은 600만명으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2018년에는 무려 1억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상당수 한국인들도 포함된다. 1인당 300만원을 여행사에 내고 버즈 알 아랍에서 하룻밤을 잔 뒤 인공수로(水路)로 장식된 리조트호텔에서 이틀간 머무르는 신혼부부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많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열사의 나라'가 '꿈의 오아시스'로 바뀐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바이신드롬이 한국을 강타한 셈이다.

물론 앞으로 두바이의 발목을 잡을 요인도 없지는 않다.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외국인에 의해 건축과 서비스 등 모든 경제활동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에서 온 외국인들은 20만∼50만원의 월급과 파업을 불허하는 근로 조건,높은 물가에 불만을 갖고 있는 상태다. 현재 200조원어치의 공사가 진행되면서 경기는 활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공사가 마무리되면 외국인의 상당수는 떠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장벽과 차별도 문제다. 세금이 없는 국가라고 하지만 석유와 은행업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법인세를 물고 있다. 외국인이 22개 자유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 합작 파트너에게 '스폰서 비용'을 매년 지급해야 한다.

어찌됐든 두바이는 이제 바레인을 제치고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허브가 됐다. 이처럼 장족의 발전을 한 데에는 두바이의 통치자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셰이크 모하메드(57)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과 단호한 추진력,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오늘의 두바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하메드는 "경제는 말(馬),정치는 마차다. 말이 마차를 끌지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대해 노(No)라고 말하지 말라"고 강조해왔다. 동북아지역의 중심국가가 되기를 꿈꾸는 우리들도 곱씹을 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