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세계적 제약업체인 로쉬는 1993년 지식경영을 도입하면서 '지식지도(Knowledge Map)'를 만들었다.

지식지도에는 약품을 만들면서 겪은 온갖 경험이 낱낱이 기록돼 있으며,업무와 서류의 표준화는 물론 각 기관에서 심사를 하는 사람의 전화번호까지 실려 있을 정도다.

이 지도가 로쉬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신약의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더러 미국 FDA와 유럽관계기관의 약품승인절차 기간도 과거 18개월에서 3개월로 대폭 단축시켰다.

무엇보다 종업원들의 만족감은 뜻밖의 성과였다.

일이 수월해진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노하우가 지식의 원천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자부심까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조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 되듯,지식과 정보도 체계화시켜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는 생각에서 지식지도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어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정부가 앞장 서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경쟁력을 지식관리로 높인다"는 기치아래 대부분의 행정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업무 따로,지식 따로'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엊그제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또다시 '지식지도'얘기를 꺼냈다.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요한 지식이 어디 있는지,누가 전문가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바로 여기에 지식지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태지도와 자원지도가 관련분야에서 필수적인 것처럼 지식지도 역시 앞으로 의사결정이나 경영활동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게 분명하다.

정부기관이나 기업과 같이 우리 개인도 지식지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시간과 노력을 한층 절약할 수 있어 그만큼 자기계발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