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鍾範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이 형편없이 떨어져 남은 임기 1년 반이 빨리, 그리고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시점에서 등장한 4대 사회보험부과징수 통합추진은 현 정권에 갖고 있던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개혁(改革)이 논의되고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어느 하나도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게 없었을 정도로 현 정권의 개혁은 국민들에게는 짜증과 불신 그 자체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사회보험부과징수 통합이라는 개혁은 그야말로 속 시원하고 희망을 보게 하는 참된 개혁이라 할 만하다.

참된 개혁이란 이해당사자가 많아 좀처럼 합의를 도출해 국익을 추구하기가 힘들 때 이뤄지는 개혁이다.

그만큼 참된 개혁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맺음도 중요하다.

그러기에 사회보험의 통합이야말로 현 정권이 이뤄내야 할 최대의 개혁이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개혁인 것이다.

이제 사회보험을 '왜' 그리고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

첫째, 동일한 대상자를 놓고 네 가지 다른 사회보험제도의 목적하에서 세 개의 다른 기관이 소득을 파악하고 보험료를 징수하는 현 체제는 엄청나게 큰 행정비용을 수반한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나 징수하는 기관 모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부과징수를 통합해 국세청 사회보험징수공단에서 담당하도록 하면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보험이 자영업자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소득파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사회보험의 경우 소득파악이 안되면 결국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심각한 형평성의 문제를 낳게 된다.

따라서 부과징수를 통합해 국세청에 맡길 경우 소득파악의 가능성은 분명히 커질 것이다.

소득이나 재산에 대한 자료나 이를 조사할 수 있는 능력을 국세청보다 많이 갖고 있는 조직이 결코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일부 재산에 관련된 자료를 기초로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징수의 근거(根據)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소득에 대한 자료는 국세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셋째, 통합은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현황파악을 획기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세사업자와 일용직 보험가입 촉진을 통해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대폭 줄일 수 있게 할 것이다.

넷째, 이번 부과징수 단일화 추진은 급여의 통합을 유도할 수 있고 나아가 4대 사회보험의 궁극적인 통합 발판이 될 수 있다.

제도간 상이한 대상관리나 급여요건으로 담당기관이 달라야 한다는 측면은 있지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해당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전업주부의 배우자가 산재로 사망했을 경우 미망인은 유족연금,산재수당,위로금 등을 청구(請求)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급여기관의 단일화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합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당사자인 국민이 개혁의 최전방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사회보험노조가 내세울 수 있는 통합반대의 논리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부과징수 통합이 효율화만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아야 한다.

즉 부과징수를 통합하는 데 효율화 말고 내걸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미래의 사회보험은 민간과 경쟁하거나 협조하는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도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은퇴,실업,재해,질병이라는 위험(危險)을 관리하기 위해 국민들의 사회보험가입은 의무화하되 4대 위험에 대한 관리를 국가 혹은 민간 중 어디에 맡길 것인가를 국민이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이런 미래의 사회보험을 감안하면 이번 통합논의는 조그만 출발에 지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