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렬 < 한국외대 교수ㆍ중국경제 >

지난주부터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의 위상 제고와 자원외교를 위해 미국과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차례로 방문하고 있다.

특히 이번 후 주석의 미국행은 2003년 국가 주석직에 오른 후 첫 번째 방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대의 인구로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온 중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이 이제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의 지위에 있음을 각인시키려 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는 미국과 중국이 대등한 전략적 동반자임을 재삼 강조했으나,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도 모호한 '노력 의지'를 천명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부시 대통령의 자세는 시종일관 공격적 실무형이었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인민폐 평가절상과 2005년 2000억달러를 상회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지식재산권 보호 등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의 구체적 요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첫째 환율과 무역수지 등의 정책 영역에서는 누가 뭐라 해도 중국의 발전 전략과 시간표에 따라 제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바로 미국이 가장 못마땅해 하는 부분이다.

둘째 그 대신 미국이 중국시장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한다는 것이다.

후 주석 방미 직전 중국의 우이 부총리는 111개 기업 대표를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보잉사의 비행기 80대와 IT 관련 제품 20억달러를 포함, 도합 162억달러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또 첫 번째 기착지로 시애틀을 택하고,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자택에서 만찬을 가진 것은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한 IT 산업 육성에 중국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방미 과정에서 밝힌 것처럼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점진적인 환율 변동폭 확대와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서서히 중국 화폐의 '태환(兌換)화'를 추진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금융센터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중국의 외환관리 제도는 한층 더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과거의 '투자와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으로부터 '소비 주도형'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입 확대를 통해 무역불균형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개방과 수입 확대 및 소비 주도형 경제 지향적 정책 추진을 통해 과도한 외환보유액 및 무역흑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중국의 환율 변동폭 확대와 산업고도화 정책이 다같이 우리경제의 리스크 증가를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환율 변동폭 확대에 따라 국제 투기자본은 더욱 빈번하게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우리 환율과 주가의 불안을 부추길 것이다.

중국의 향배에 따라 우리 기업의 환차손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혼란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또 소비주도형 경제의 추구에 따른 임금인상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통상압력에도 불구하고 추진될 중국의 IT 및 기간산업 보호 및 육성 정책은 한국경제의 비교우위를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미국과의 대등한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세계의 공장으로서 '관리되기'보다는 세계경제를 '관리하는'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북한 문제가 짐이 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중국과의 통상협상은 항상 힘겨울 수밖에 없으며,중국에 휘둘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통상문제의 경우 미국은 중국의 역할모델이다.

미국이 봄에 채택한 대중국 무역규제조치를 가을이면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적용하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중국 기회'의 포착이 우리 경제의 화두였다면,앞으로는 어떻게 '중국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거대한 중국의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을 것인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