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國寶)는 역사적ㆍ학술적ㆍ예술적ㆍ기술적 가치가 큰 문화재로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지정한다. 건축 전적(典籍) 서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등 여러 문화재 가운데 보존상태,제작 연대,시대적 대표성 등을 고려해 일단 보물로 정했다 국보로 승격시키는 방식으로 지정된다. 현재 국보는 307건으로 1호는 숭례문,2호는 원각사지 10층석탑,3호는 진흥왕 순수비이고 배흘림기둥으로 널리 알려진 부석사 무량수전은 18호, 불국사 석가탑은 21호,석굴암은 24호다. 25호인 신라 태종 무열왕릉비,31호 첨성대, 43호 고려 고종 제서 외엔 4호부터 50호까지 대부분 불교미술품이다. '훈민정음'은 70호이고, 71호는 한문을 한글식 발음으로 적은 '동국정문'이다. 금관총 금관은 87호,100호는 경복궁 안에 있는 남계원 7층석탑,307호는 태안 마애삼존불이다. 번호 앞쪽에 탑이나 비석 등 건축물이 주를 이룬다면 뒤쪽엔 도자기를 비롯한 공예 및 회화 작품이 많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은 국내 성문중 규모가 가장 큰 조선시대의 대표적 목조건물이다. 1934년 일제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 1호로 정해진 뒤 62년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국보 1호가 됐다. 오랫동안 남대문으로 불리다 최근 이름을 되찾았지만 학자들조차 남대문으로 부르는 실정이다. 이런 숭례문의 국보 1호 교체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국가 대표 문화재로서의 상징성이 떨어지는데다 일제 때 지정된 것을 답습한 것이니 바꿔야 한다는 것과 번호는 중요도나 가치가 아닌데 굳이 교체해 비용과 혼란을 일으킬 이유가 어디 있나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경우 문자(한글)의 창제 과정과 원리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세계 문화유산인 만큼 국보 1호로 하면 민족의 긍지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오가며 볼 수 있는 숭례문과 달리 쉽게 접하기 힘들고 바꿈으로써 들어갈 막대한 비용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냥 두든 바꾸든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는 게 먼저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