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언제 선거전에서 싸웠냐는 듯이 충고와 찬사를 주고 받는 등 전례없이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존 케리 상원의원을 위한 선거 유세를 통해 미국의어느 대통령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마치 록스타와 같은 인기를 과시했던 클린턴은 18일 고향인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클린턴 도서관 개관식에서 다시 화려한 면모를 선보였다. 그는 우선 부시의 재선을 축하한 뒤, 중동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하고 반쪽으로 갈라진 민심을 개탄했다. 그는 자신이 결실을 보지 못한 중동 평화 프로세스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정부 자치 수반의 사망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음을 들면서 부시 대통령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평화 협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클린턴은 "내가 평화를 위해 7년간 노력했을 당시 어느 한해는 단 한명도 테러공격으로 죽지 않은 적이 있었다"면서 "그때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미래를 함께 할 수있다고 믿었던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부시 당신이 중동평화를 위한 '약속된 땅'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당부는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부시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클린턴은 이어 선거로 갈라진 미국의 상황으로 화제를 옮겨, "미국이 그 어느때보다 분열돼 있는 것이 내 마음을 걸리게 한다"면서 "미국에서 조지 부시와 존 케리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또 아주 교묘한 논리로 자신이 보수와 진보적 노력을 융합시킨 성공한 대통령임을 자랑했다. 즉, 공화당 등 보수파의 정책 이념인 재정적자 감축및 범죄 예방에 성공했고 진보파적인 입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난을 줄였다는 것. 클린턴은 이어 기념식에 참석한 케리에 대해 감사의 말과 함께 상원에 복귀해서기쁘다고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편 과거 지난 2000년 선거에서 르윈스키 스캔들을 거론하며 "백악관의 명예와위엄을 되찾겠다"면서 클린턴을 희생물로 삼았던 부시 대통령은 재선 승리에 따른자신감 때문인지 그 어느때 보다 클린턴에게 너그러웠다. 부시는 "클린턴은 단순히 훌륭한 정치인을 넘어섰다" 면서 "그는 개혁자이자 진지한 정책 연구자이자 위대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시는 또 "전 미국민은 그의 뛰어남, 세밀함, 설득력, 일관성을 목도했으며 그는 결코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대통령이었다"면서 "그의 참모들은 만일 클린턴이 타이타닉호 였다면 빙산을 가라 앉혔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며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이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 '스타' 클린턴을 보기 위해 3만여명이 몰려들었으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로빈 윌리엄스, 케빈 스페이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한 가운데 록스타 보노, '디에지(The Edge)'의 공연이 분위기를 돋구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