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는 가운데 `포스트 아라파트'를 이끌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경쟁이 점차 아흐마드 쿠라이 자치정부 총리와 전 총리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대행간 양강(兩强)구도 양상으로 압축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소식통들은 쿠라이 총리가 7일 저녁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했으며 이에 앞서 압바스 전 총리가 팔레스타인 최대 정파인 파타 운동 중앙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쿠라이는 압바스가 주재한 회의에도 참석했다. 아라파트 사후 후계 경쟁과 관련, 일단 외면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진 쪽은 쿠라이 총리. 그는 지난 6일 가자 지구를 방문,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내 모든 무장 저항세력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단합을 촉구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공격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일부 무장세력이 "적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저항을 중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거부했지만 이 회의에서 저항세력들은 팔레스타인 내부 단합에 대해서는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아라파트 유고로 팔레스타인 최대 정파 파타 운동 2인자에서 의장 대행에 오른 압바스는 파타 운동 내 중앙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등 내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파타 운동 내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회의 결과 중앙위 위원들이 압바스의 지휘하에 단일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데 동의, 그가 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 최고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아라파트 이후 팔레스타인을 이끌 유력한 양대 후보 쿠라이와 압바스의 주요 경력은 다음과 같다. ◇쿠라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현직 총리를 14개월간 역임하고 있는 이점과 함께 3인 집단지도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쿠라이는 특히 지난 6일 팔레스타인내 전체 13개 저항무장세력들과 극히 이례적으로 회동, '팔레스타인 단합'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 일단 후계구도에서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양상이다. 이에 앞서 쿠라이는 지난 7월 자치지역내에서 납치사건이 잇따르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아라파트의 뜻에 따라 유임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사표 제출은 아라파트의 권력욕과 자치정부 개혁 부진에 대한 항의의 뜻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무능한' 인물로 각인돼 자치위원들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왔으며 일부 부패 스캔들과도 연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바스= 압바스는 40여년간 아라파트의 오른팔이자 2인자로 상징적 지위를 지켜온 인물이다. 아라파트 입원 직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과 파타운동 부대표로 현재 권력의 중심에 가장 근접해 있는 그는 지난해 4월 자치정부 초대 총리로 화려하게 취임했으나 대(對)이스라엘 정책 등을 둘러싸고 아라파트와 불화를 빚어 총리 재임 5개월도 채 안돼 전격 사임했다. 압바스는 사임후 수개월간 아라파트와 말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압바스가 아라파트의 병상을 찾아 문안하면서 비로소 두사람은 화해했다. 아부 마젠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탄생시킨 대이스라엘 평화협상의 주역으로 이스라엘과 평화공존을 적극 지지해왔으며 이스라엘과 유혈 충돌을 공개적으로 비판, 이스라엘과 미국은 물론 아랍 지도자들도 그를 자치정부 초대 총리로 강력히 천거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기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