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붉은 꽃은 없다던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아성이 리눅스에 의해 흔들린다는 소식이다. 리눅스서버시장의 급성장에 이어 휴렛팩커드(HP)가 윈도가 아닌 리눅스PC를 6월부터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판매하고,도시바 NEC 후지쓰 등도 조만간 리눅스PC를 내놓을 전망이라는 것이다. 리눅스는 91년 11월 당시 22살이던 핀란드 공대생 리누스 토발즈에 의해 개발됐다. PC에 널리 쓰이던 도스(DOS)가 중대형 컴퓨터용인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소형 컴퓨터나 PC에 잘 맞지 않자 유닉스를 PC에 맞게 개조한 게 시초다. 리눅스라는 명칭은 자신의 이름(Linus)에 유닉스(Unix)를 더해 만들었다. 토발즈는 그러나 리눅스를 팔지 않고 인터넷에 공개,누구나 이용 가능하게 했다. 리눅스는 시스템 다운 현상이 적고 새 프로그램 설치 후 재부팅하지 않아도 되는 등 안정적이고,구축비가 덜 들며, 기초기술만 있으면 용도에 따라 개조하거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좀체 보급되지 않은 건 e메일과 월드와이드웹(WWW) 확산 초기 MS윈도가 전체 PC의 99%에 채택된 나머지 윈도체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습관을 깨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리눅스는 그러나 MS윈도의 독점을 우려하는 업체와 국가가 많아진데다 PC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리눅스를 채택하면 PC의 단가가 윈도기종보다 20∼30% 낮아진다고 한다. HP의 리눅스PC 판매는 바로 이런 점에 착안,중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보도다. 리눅스와 윈도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MS윈도의 독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윈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듯했던 OS전쟁에서의 리눅스 부활은 무엇보다 시장이 가져온 변화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무한경쟁시대엔 제아무리 시장을 선점,진입장벽을 치고 있어도 독점은 계속되기 어렵고,기술경쟁력 없는 시장지배력은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어떤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론 이기기 어려운 만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