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근본으로 삼는다(以人爲本)'.지난 14일 폐막된 전인대(全人大·국회) 이후 중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사람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를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들고나온 것이 먼저 부자가 돼도 좋다는 '선부론(先富論)'이었다.그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불균형 발전도 괜찮다고 했다.마오쩌둥시대 공산주의 계급투쟁에서 탈피한 것이다.중국의 개혁개방은 그렇게 시작됐다.개혁개방은 올해로 25년.덩샤오핑의 '불균형 발전정책'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5%의 상위 부자들이 중국 수입의 20%를 차지할 만큼 빈부격차가 심화됐다.80년대 중반 1.8대1에 그쳤던 도·농간 소득격차는 지금 3대1 수준으로 확대됐다. 휘황찬란한 동부연안의 도시가 있는가 하면 오지 산골에선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농민들이 공존하고 있다. 휘청거리는 도시 뒤에는 시골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숨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다.가진 자는 끊임없이 부(富)를 확대하고 있고, 그 과정에 부정부패가 자라나고 있다. 그게 오늘의 '중국식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후진타오 체제가 들고 나온 '이인위본'은 결국 덩샤오핑의 '선부론'이 낳은 모순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 방향이 어떨지는 중국 언론에 잘 나타난다.중국 언론은 지금 'GDP는 과연 만능인가?' '우리는 지금 수출 만능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가?' '외국기업은 선(善)하기만 한 존재인가?'라는 등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맹목적 성장이 아닌 복지,균형,삶의 질 향상 등에 정책의 주안점이 주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앞만 보고 뜀박질해 왔던 중국이 이제 뒤를 돌아보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선부'와 '이인위본'.중국공산당의 정책은 또다시 거대한 굴곡점을 지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