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군은 이라크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6월30일까지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당선자가 15일 밝혔다. 총선 승리로 새 총리에 취임하게 된 사파테로 사회노동당(PSOE) 당수는 '카데나세르'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이라크측에 주권을 넘기기로 한 6월30일까지 이라크 상황에 진전이 없을 경우 스페인 주둔군 1천300명을 빼내오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사파테로 당수는 또 "이라크 전쟁과 이라크 점령은 '재앙(disaster)'"이라고 평가하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라크 전쟁을 결정한 것에 대해 모종의 자아 비판을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했다는 미국과 영국의 주장에 대해 "인식상의 위협만을 가하는 상황에서 한 나라에 폭탄을 퍼부을 수는 없다"면서 "이러한 전쟁은 오직 증오와 폭력, 테러를 번성케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파테로 당수는 또 스페인 정부 등의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유럽연합(EU) 헌법에 대해서도 EU 헌법의 '빠른' 채택을 희망한다고 밝혀 전임 행정부와 다른 노선을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파테로 당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반대 여론과 총선을 불과사흘 앞두고 터진 알-카에다가 배후로 추정되는 마드리드 열차 테러 사건에 힘입어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PP)을 따돌리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그러나 PSOE는 영국 노동당과 "돈독한 형제애"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스페인 정권 교체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프랑스는 테러리즘에 대한 유럽의 대응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긴급 EU 외무장관 회담을 열 것을 제의했다. (마드리드 AFP=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