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사당국의 협조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신병을 인도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의 '입'인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이 18일 중국을 향해 '노(No)'사인을 냈다. 지난 9월 중국 광둥성의 일본 관광객 집단매춘 행위에 관련된 일본인 3명에 대해 중국 정부가 신병 인도를 요구한데 대한 답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은 범죄자 신병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범죄자를 일본이 중국에 넘겨야 할 의무는 없다. 집단 매춘이 수치스럽긴 하지만 자국민 용의자를 내줄 수 없다는 후쿠다 장관의 발언은 양측의 신경전이 평행선을 달릴 것임을 알린 시그널인 셈이다. 매춘 용의자 인도 요구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대립은 최근 두 나라 간의 난기류를 그대로 비춰준다. 정치·외교적 마찰과는 별개로 사람과 사람, 사건과 사건이 얽히고 누적되며 생겨난 반목과 악감정이 난기류의 핵심이다. 중국 중국인을 바라보는 일본 사회는 노골적으로 싸늘해지고 차가워졌다. 돈을 벌며 일본에서 공부하려는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발급 신청이 90% 가까이 퇴짜를 맞았다. 투망식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이 실시될 때마다 1차 타깃은 중국인이다. 도심 유흥가에는 중국인 출입금지 팻말을 내건 주점, 오락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외국인 범죄의 절반 이상에 중국인이 연루된 탓이다. 중국의 반일 감정도 예사롭지 않다.도요타자동차 광고가 중국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혼쭐이 나고, 일본기업들은 급증하는 클레임과 소송에 바짝 긴장중이다.고속철사업에 신칸센을 팔고 싶은 욕심은 많지만 혹 사고가 나면 반일 감정으로 이어질게 뻔하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을 보는 일본의 표정엔 어둡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일본을 보는 중국의 시각엔 천박한 상인과 호색한의 인상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양측의 감정 대립은 어느 한쪽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의 접촉에서 나사가 뒤틀린다면 이는 건강한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두 나라의 마찰과 감정싸움은 거의 모든 면에서 이들과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는 한국에 또 하나의 참고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