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전경련 회장대행에 취임한 것은 재계가 새로운 구심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선자금 문제가 정치권 및 재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만큼 강 회장 체제의 전경련이 해묵은 정치자금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나 투명경영·윤리경영을 정착시키는데 전력해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강 회장은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회장단중 가장 연장자라는 점 때문에 중책을 맡게 됐고 임기도 내년 2월 정기총회 때까지에 불과하지만 해야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계가 불법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힘있는 정치인들이 달라고 하는데 주지 않을 재간이 있느냐.돈주고 뺨맞는다"는 하소연마저 나오는 재계의 억울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법자금 제공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못한다. 전경련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왔다. 이번마저 정경유착 차단장치를 제도화하지 못한다면 고비용 정치구조 및 불법정치자금 추방은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 될 것이고, 그것이 재계에 족쇄로 작용하게 될 것 또한 분명하다.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확산시켜 추락한 재계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 제도개선을 요구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 재계 스스로도 정도(正道)경영 정착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반기업정서를 불식하고 대립일변도의 노사관계를 선진화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숙제다. 우선 당장은 확산기미를 보이고 있는 검찰 수사가 경제와 기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새로운 재계 총수 강 회장의 건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