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이슬람 문화의 폐쇄성을 과감히 떨치고 중동의 금융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동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과감한 개방정책에 힘입어 `석유 이외에 아무 것도 없고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도저히 살 곳이 못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금융.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가 23-24일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경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합동 연차총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도 서방 국가들에게서 이같은 점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IMF/세계은행 총회에 참석 중인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중동만큼 배타적인 곳에서도 두바이는 열려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도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고 외국인 기준에서 투자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동북아시아에서 뜨고 있는 중국의 상하이 못지 않게 두바이의 성장은 신선한 충격이며 한마디로 `두바이 쇼크'"라며 놀라움을 감추지않았다. ◆생존 전략으로 금융허브 선택= UAE의 7개 토후국(Emirate) 중 하나인 두바이는 석유가 많이 나지 않아 9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중동 지역 내물류 및 금융허브 건설을 생존 전략으로 선택했다. 두바이는 우선 해안 지역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제벨 알리항을 중심으로 물류 허브화를 추진했다. 물류가 활성화되자 수출입 기업들이 두바이로 집중됐고 뒤따라 금융회사들도 속속 들어섰다. 두바이 소재 금융기관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중반 25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36개를 헤아리고 있다. 두바이는 또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정책도 잇따라 내놨다. 외국인 투자에 필요한 인허가 사항을 1∼2일 안에 완료하고 투자 결정이 보류되면 관련 공무원을 문책하는 등 행정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노동시장을 완전 자유화해 주변국인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영어에 능통하고 기술숙련도가 높은 노동인력을 적극 받아들였다. 80만명에 달하는 두바이 인구 중 현지인은 20%에 불과하고 80% 정도가 인도, 파키스탄 등 주변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이질적인 이슬람 문화가 외국인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점을 인식해 여성의복장을 자유화하고 돼지고기 취식 금지 등의 문화적인 제약을 과감히 없앴다. 두바이는 이 같은 변신을 통해 최근 5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허브 기능 강화= 두바이는 국제금융센터(DIFC)를 설립하고 중동 지역을비롯한 해외에서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6가지 과제를 설정해 중점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 허브화 ▲역내 증권거래 허브화 ▲자산 운용 허브화 ▲보험 및 재보험 허브화 ▲이슬람 금융 허브화 ▲백오피스 허브화가 바로 그것으로 자본시장 허브화는 수출입 기능을 지원하는 상업 금융에서 투자 금융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산 운용 허브화는 역외의 `오일 머니'를 역내로 끌어들이기에 초점을 맞췄다. 보험 및 재보험 허브화는 역내 보험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지만 풍부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백오피스 허브화는 최근에 구축된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중동 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설립이 완료돼 금융 서비스 감독기관, 두바이증권거래소등이 입주했으며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100% 외국인 지분에 대해서는 세금100% 면제, 자본 해외 송금 완전 자유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한국 금융허브화에 대한 시사점= `중동의 홍콩'으로 급부상한 두바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문화적인 제약과 자원 부족 등 열악한 환경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경제 규모나 시장 발전 정도가 두바이에 비해 훨씬 우월한 우리 나라도 열심히노력한다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외국인들이 사업과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 준 점은 두바이 금융허브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음식, 술, 여성 복장 등에서 외국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이슬람문화의 제약이 있어 쉽지 않았지만 정책 결정권자인 모하메드 왕자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해결했다. 모하메드 왕자는 두바이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주변 토후국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95∼98년 중동에서 금융허브 역할을 하던 바레인이 정치적으로 불안해지면서 국제금융기관들이 정착할 곳을 잃은 것도 두바이에 큰 도움이 됐다. 바레인에 있던 금융기관들이 대거 두바이로 옮겨 두바이가 금융허브로 도약하는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우리 나라도 금융허브가 되려면 홍콩 등 경쟁국의 어려운 시기를 잘 살펴 적절히 이용하고 각 금융 분야에서 우수한 외국 전문가들이 생활할 수있도록 비자정책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