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지난 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팬암기 폭파 사건(일명 로커비 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배상에합의한 데 이어 유엔에서 사건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유엔의 대(對) 리비아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됐다는 의사를 밝혀 리비아가 조만간 경제 제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는 15일 로커비 사건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인 미하일 웨베 유엔주재 시리아 대사에게 제출했다고 에밀 존스 패리 유엔주재 영국대사가 밝혔다. 리비아의 로커비 사건 책임 인정은 리비아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총 27억달러의배상금을 주기로 합의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별도의 서한에서 리비아가 유엔제재 해제를 위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혔으며, 영국이 곧 제재 해제결의안을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도 이날 리비아가 사건의 책임을 공식 인정함에 따라 리비아에 대한제재 해제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비아에 대해 경제제재를 부과한 지난 92년 유엔 결의에 따르면 제재조치는 리비아 정부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며, 테러와의 관계를 근절하고 사건의 진상을 공개해야만 해제될 수 있다. 로커비 사건은 지난 1988년 12월21일 뉴욕행 팬암 보잉 747 여객기가 스코틀랜드 남서부의 로커비 상공에서 폭파, 259명의 탑승자 전원과 지상에 있던 11명이 숨진 사건이다. 안보리는 1992년 팬암기 폭파 용의자 인도 압력의 일환으로 리비아에대해 무기수출과 항공운항을 금지했다. 리비아는 항공기 폭파 용의자 2명을 국제법정에 인도했으며 그중 리비아 정보요원 출신인 압델 바세트 알리 알-메그라히는 지난 3월 스코틀랜드 항소법원에서 살인죄로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함께 기소됐던 다른 리비아인은 1심에서 무죄를받아 석방됐다. (유엔본부.로스앤젤레스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