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법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걱정이 보통이 아니다. 이 제도는 분식회계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 기업들이 당연히 해서는 안될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소송이 남발될 경우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폭락하고 경영에 치명상을 입는다. 지난 89년 우지파동을 겪었던 삼양라면의 경우 법원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제도를 시행중인 미국의 예를 봐도 마찬가지다. 2001년 상반기 중 집단소송이 제기된 나스닥 상장 43개사 주가는 34.9%가 하락해 전체 상장사 평균주가하락률(19.2%) 대비 2배 가까이 떨어졌다. 소송 자체만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실리콘 유방 사건으로 32억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은 다우코닝사가 파산신청한 사례가 보여주듯 기업이 패소할 경우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소송사건 중 95%는 제소자들과 기업간 합의로 해결돼 문제있는 기업보다는 재력있는 기업이 소송대상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투자자들보다는 변호사가 실속을 챙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앨라배마주 은행 집단소송건은 변호사가 8백50만달러의 수임료를 챙겼으나 은행고객들은 10달러씩 받는데 그쳤다. 국회도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소송 요건을 1만분의 1 이상 지분을 가졌거나 보유주식 시가총액 1억원 이상으로 한정하고 법원이 소송허가를 낼 때 금융감독기관에서 자료를 받아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소송남발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장사 시가총액은 1백억∼3천억원이 전체의 73%를 차지해 보유주식 1백만∼3천만원 선이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때문에 투자자가 회계장부 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0.05%)정도까지는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 법원은 형식적 요건을 갖춘 사안은 허가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악의적 소송에 대비해 담보제공을 의무화하고 금융감독기관의 사전심의를 받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집단소송제도가 지향하는 기업투명성 강화라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파장이 너무 큰데다 제소자는 패소해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소송 남발을 막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인 만큼 남소방지대책은 입법화 과정에서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