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떠오르는 신흥국가가 아니라 이미 궤도에 진입한 나라입니다." 모리스 블랭 상원의원은 최근 프랑스 재경부 산하 대외무역청이 주관한 '한국진출 및 투자설명회'에서 "프랑스가 한국의 실체를 너무 모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온 앙드레 상티니 하원의원도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란 사실을 실감했다며 IT 기술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북핵위기와 SK글로벌 분식회계사건 관련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아시아투자전문 컨설팅회사 샤보 라투르 회장은 "한국은 1997년 환란을 이겨낸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국가"라고 답했다. 최근 북한과 하수도처리 계약을 성사시킨 그는 북한 투자에 관심 있는 업체는 한국기업과 제휴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의했다. 이브 드 리코 주한 프랑스대사관 경제상무참사관 역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한국은 동북아의 비즈니스·금융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며 한국을 거점으로 한 대중국 진출을 권유했다. 그 동안 한국경제 설명회 때마다 지적되던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같은 부정적인 면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불안한 표정으로 참석 등록을 하던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후 만족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날 종일 진행된 행사의 피곤함도 잊은 듯 한국대사관측이 준비한 리셉션에 거의 모두 참석해 한국 진출과 투자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이 한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은 '한국인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민족'이란 인식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유럽 INSEAD 비즈니스 스쿨의 김위찬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이라크전으로 국제 신뢰도가 떨어진 미국과 암울한 경기 전망에 의기소침해 있는 유럽,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등 일련의 국제 상황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외생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의 국내외 정세는 불안정하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성장하느냐 추락하느냐가 가름될 것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