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산업디자인진흥대회에서 디자인경영대상을 받은 중소기업 사례를 보면 디자인이 기업경영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케 한다.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은 고유디자인 개발과 자체 브랜드로 경쟁한 결과,소형 가전제품 시장의 메카라는 일본에서 1년6개월 동안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줄자를 생산하는 한 기업은 세계 80여개국에 자체 브랜드를 수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소기업은 생활용품에서부터 첨단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현지 시장여건,소비자 경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지화된 디자인을 구사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자인개발에 따른 투자효과가 평균 19배에 이른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단일품목의 성패에 민감한 중소기업이 디자인에 적극 투자하는 것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56%가 아직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자료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해준다. 특히 디자인 전문인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60%에 이른다는 사실은 수출경쟁력에 큰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를 이루는 뿌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다행인 것은 이번 조사결과가 지난 98년 산업자원부 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우리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당시 우리 중소기업 중 디자인 전문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16.4%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 3∼4년 사이 디자이너를 제품개발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23%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OEM 수출기업도 4%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디자인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기업의 체질이 가격경쟁력 중심에서 디자인과 품질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디자인은 품질이나 가격 못지 않게 수출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디자인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도 매년 1천개 이상 기업의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산업정책연구원이 디자인개발지원 사업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지난 94년부터 디자인 개발에 6백48억원이 투자,2조5천억원의 매출증대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이 1976년 IMF 외환위기 당시 내각을 이끌던 대처 총리가 위기처방의 하나로 각료들에게 'Design or resign'을 주문하며 '제품 경쟁력은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전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디자인이 주요 이슈로 대두돼 디자인 핵심기술을 개발하게 될 통합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특히 중소기업의 디자인 개발에 중추 역할을 하는 디자인 전문회사에 세제지원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우리 기업의 디자인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시의적절한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 디자인산업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1.2% 수준인 약 7조원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디자인 전문인력 양성,디자인 경영마인드 확산,연구개발 기반 확충 등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한다면 머지않아 선진국 수준인 3%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서면 제품 구매때 디자인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디자인산업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앞지르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만달러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산업 발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한국산 제품이 소니 도시바 필립스 같은 일본과 유럽제품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처럼,우리나라의 디자인 수준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한국기업은 세계시장에서 디자인 강국이 되고 있다. 우리는 디자인산업 발전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