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대선을 마무리함으로써 곧장 총선 고지를 향해 출발하게 됐다. 대선 2차투표가 시라크-르펜 구도를 형성함과 동시에 '끝난 게임'이나 다름없었다면 총선은 양대 정파인 좌우파가 치열할 맞대결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대선 2차투표 탈락이라는 수치스러운 패배를 당한 사회당을 비롯해 좌파들이 권토중래를 벼르고 있을 뿐 아니라 우파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세를 몰아 총선 승리에 박차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당은 조스팽 총리가 2차투표에 탈락하자 벌써부터 좌우파가 맞대결하는 총선이야말로 '3차 투표' '진정한 결선 투표'라며 지지호소의 기염을 토하고 있으며우파는 비효율적인 좌우동거(코아비타시옹)를 피하기 위해 시라크 진영인 우파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촉구중이다. 총선은 좌우파의 팽팽한 접전과 르펜 돌풍의 여파로 인해 판세 예측을 불허하고있으며 정치 전문가들조차 좌파 또는 우파의 승리, 극우파의 재부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로서는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2차투표 진출 좌절로 요약되는 대선 패배가 총선 승리의 밑거름이 될 여지가 적지 않다. 좌파 사상 최악의 패배가 좌파 유권자들을 단결시켜 총선에서 좌파 승리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좌파의 건재는 지난 1일 좌파가 주도한 노동절 반르펜 시위에 130만-150만명이참여함으로써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사회당 등 좌파는 아직 좌파가 죽지 않았다며 총선 승리의 희망과 감격에 도취했었다. 좌우파 한쪽에 권력을 몰아주기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성향도 좌파 승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이 우파이면 의회는 좌파가 주도하도록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유권자 성향은 지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3번의 좌우동거 정부를 초래했으며 이번에도 이같은현상이 재확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 소속당인 공화국연합(RPR) 중심의 우파는 대선에서 참패한 좌파를 더욱 몰아쳐 총선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우파는 이를 위해 RPR, 프랑스민주연합(UDF), 자유민주(DL) 등 우파 정당들의총선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다음주초 과도내각을 구성하고 치안, 실업 등 이번 선거에서해결 과제로 등장한 사안들에 대해 과감한 개혁을 시도함으로써 우파의 정권 인수능력과 의지를 과시할 방침이다. 벌써부터 니콜라 사르코지 뇌이 시장, 장-피에르 라파랭 상원의원, 필립 두스트-블라지 의원 등이 과도내각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극우파 바람이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계속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총 577개 선거구 중 약 200 군데서 극우파가 좌, 우파와 삼각구도를형성하고 있으며 좌파나 우파가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극우파가 총선 2차 투표에 진출하고 급기야는 극우파가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극우파의 총선 2차투표 진출 정도 및 획득 의석수는 프랑스 국민 사이에 실존하는 극우 성향을 다시한번 측정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