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유력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6일 '노무현 바람'(Roh Tempest)이 한국에서 강하게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제면에서 민주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경선자가 지난 몇 주간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선두로 부상했다며 정치전문가들은 이를 '노풍'(Roh poong)으로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아직 대선 초기이지만 노 후보의 급부상은 한국 정치의 많은 통념들을 바꾸고 있다며 당초 차기 대통령으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정책(햇볕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는 보수성향의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될 것으로 널리 추정돼왔다고 밝혔다. 신문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 후보가 미국식 예비선거를 통해 김 대통령을 이을 선두주자로 부각됐다며 여야 대선후보 경선자 6명중 가장급진적(left-leaning)인 인물로 넓게 평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그러나 노 후보가 지난 90년까지만해도 주한미군철수 요구를 지지했으나 대선후보 선두주자로서의 새 역할을 염두해 급진성향을 누그러뜨리고 미군 주둔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여론조사 선두를 차지한 후 처음 가진 인터뷰에서 김 대통령의 정책을 잇고 북한과 대화하며 민영화와 경제개혁을 계속 추구할 것임을 밝혔으며 "미국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한다. 미국의 건국 가치들을 매우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 후보는 "나는 독단론자이거나 이념론자가 아니다.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이해해야 한다. 너무 원칙론에 매달리면 통치할 수 없다. 가장 지켜야 할 주된 원칙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LA 타임스는 노 후보의 급부상 이유로 그가 경상도 출신이긴 하지만 정치성향이 보수적인 경상도와 진보적인 전라도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서울사무소장은 노 후보가 한국전을 기준으로 할 때 '첫번째 진정한 의미의(serious) 전후세대 대선후보'로 이 세대는 권위주의에 대항하고 정치적 자유를 위해 투쟁했으며 더욱 자유롭고 진보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세대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전후 경제복구와 생존을 위해 투쟁한 세대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강력한 지지자인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노 후보의 일부 발언을 고려할 때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과격(radical)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노 후보에 대한 이런 지지 급상승에 놀라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이런 급부상은 급강하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노 후보 급부상의) 한가지 이유는 이회창 후보가 생존가능한 유일한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오랜 인식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국민은 냉정하게 누가 (대통령) 적임자인지를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