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반도 정세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지난달 부시 미국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후 북·미간 긴장조성은 물론 한·미간의 대북정책에도 균열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공조체제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6일 부시 대통령이 한·중·일 3국 순방에 앞서 가진 순방국 언론과의 회견내용은 주목해볼 만하다. 우선 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도 계속 유효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이 방한 기간중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경의선 남쪽 최북단 도라산역을 방문,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연설 일정을 잡은 것 등과 연계시켜 보면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 관계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종래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재래식무기 전진배치 등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시하고, 이에 대한 투명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북한에 대한 불신이 매우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해야 할 최대 관심사는 바로 이 대목에 대한 정책조율이라고 본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한과 미국 등 이해당사국들이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준비와 태세를 갖추고,대량살상무기 문제 등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의문점들을 스스로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는데 있어서 강경책만으론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점도 한·미 양국정상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방한기간중 부시 대통령의 강성발언이 이어져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조성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한·미 양국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강구하는데 머리를 맞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