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탄저균테러의 위협이 권력의 심장부인 백악관에까지 뻗쳤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탄저균에 감염되지는 않았다고 거듭 밝혔으나 오히려 국가원수가 스스로의 감염사실을 애써 부인해야 하는 현실은 탄저균 테러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드러내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뉴저지주 해밀턴 우체국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호흡기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가 추가로 나오는 등 탄저균 파동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체계적이고 치밀하지 못한 정부의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 탄저균 검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백악관에서 수㎞ 떨어진 군사시설에 있는백악관 우편물 취급소의 우편물 개봉장비에서 응집된 탄저균 포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탄저균에 감염된 우편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방역조사 결과백악관에서는 탄저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탄저균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재무부 산하 비밀경호국도 이 우편물 취급소와 관련된 사람들 가운데 탄저균 노출이 확인된경우는 없다고 발표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문제의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는 폐쇄된 채 방제소독을 받고있으며 이 취급소와 백악관 내 우편실의 모든 종사자들이 탄저균 노출여부를 검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까지 번졌을지도 모를 이 탄저균의 출처에 대해플라이셔 대변인은 "수사관들이 앞으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회동중 기자들과 잠시 만나 "내게는탄저균이 없다"면서 "내일 근무를 시작할 때도 나는 무사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 카에다가 탄저균 테러에 관여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9.11 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탄저균 테러 연루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진정기미 보이지 않는 탄저균 파동


23일에도 뉴저지주의 우체국 여직원이 탄저균 감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입원 치료중이다.


이 여직원이 근무하는 해밀턴 우체국은 NBC 방송 앵커 톰 브로커와 상원 민주당지도자 톰 대슐 의원 및 뉴욕 포스트 등에 보내진 탄저균 우편물이 처리된 곳이다.


한편 탄저균이 검출된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에 보내지는 우편물들은 이미 2명의 직원이 호흡기 탄저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2명이 입원중인 브렌트우드 우편물처리센터를 거쳐오도록 돼 있어서 백악관을 노린 탄저균 테러기도를 포함해 일련의 탄저균 공격이 치밀하게 조직된 범행이라는 심증을 더욱 굳히고 있다.


브로코 앵커와 뉴욕 포스트 편집인에게 보낸 탄저균 편지에 쓰여진 내용이 동일하며 필체도 유사하다는 사실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탄저균이 발견된 의원회관이 계속 폐쇄된 가운데 의회는 다시 문을 열었으나 당국은 탄저균 위험을 없애기 위해 의회 내의 모든 우편물들을 소각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탄저균 감염으로 인한 피해는 사망자 3명, 위싱턴의 우체국 직원 2명과 플로리다 주민 1명 등 호흡기 탄저균 감염으로 진단받은 입원환자 3명, 호흡기탄저균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치료중인 입원환자 3명, 피부탄저균 감염 환자 6명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 대처에 불만 비등


미국 정부가 의회와 언론기관 등에 집중되고 있는 탄저 우편테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면서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우체국 직원들은 정부가 탄저균 우편물이 보내진 의회와 언론사 등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가장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자신들의 안전에는 소홀하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대슐 의원의 보좌관실에서 탄저균 우편물이 발견된 후 즉각대처했다면 워싱턴 시내의 브렌트우드 우편물 처리센터 직원 2명의 사망과 다른 2명의 감염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당국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토미 톰슨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탄저균에 오염된 우편물이 발견될 경우 즉각 이를 취급한 관계자들 전원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지난 18일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장과 잭 포터 우정공사 사장이 탄저 우편테러 제보자에 대한 현상금 100만달러 지급방침을 밝힌 기자회견장이 바로 문제의브렌트우드 우편물 처리센터여서 당시 회견에 참석했던 기자들 가운데 일부도 당국의 '무책임한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